체육전담 입문기-2
본격적인 글에 앞서 글의 전개의 편이성을 위해 예사말로 진행을 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나의 첫 체육전담의 경험을 말해보려고 한다.
때는 2009년 5월. 임용 재수에 돌입하고 한창 방황을 하던 시기.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였다. 갑자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친구 “너 혹시 시간강사 안할래?”
나 “얼마나 하는 건데?”
친구 “일주일”
나 “무슨 시간강산데?”
친구 “체육전담”
나 “????????”
처음 임용 재수 준비를 하면서 기간제를 해볼까 해서 2월에 열심히 이력서를 돌렸는데 전화 오는 곳 하나 없었다. 그러다 임용 공부나 하라는 뜻인가 싶어 집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방황을 하던 중이라 용돈이나 벌어볼까 싶어 약간의 고민 끝에 수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체육인데 일주일 시간강사한테 뭐 시키겠나 싶어 기껏해야 공놀이(?)나 하겠지 라고 생각했던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체육복을 바리바리 싸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여 교장, 교감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동학년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교과서를 받았다. 거기에 적혀 있던 메모 내용은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업 진행 부탁드립니다.’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업 진행 부탁드립니다.’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업 진행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때가 시간 강사를 처음 했을 때라 내가 해야 할 수업이었던 것인지 다른 내용을 착각한 건가 라는 것은 좀 아리송하다. 이제는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철봉 거꾸로 오르기 수업을 6학년을 데리고 해야 했다.
나는 ‘무슨 과목이든 어디든 가르칠 수 있는 준비된 초등학교 선생님이니까’를 머릿속에 되뇌이며 먼저 찬찬히 지도서를 살펴 보았다.
임용 공부 할 때 예체능 관련해서는 헷갈리는 부분이 많고 그런 내용을 문제로 많이 나오다 보니 토시 하나까지 꼼꼼히 읽었긴 했었다. 공부하다 쉬는 시간에 뒷구르기가 어디가 먼저 닿아서 굴러가느니, 뜀틀을 뛸 때는 어디를 짚어야 하느니, 철봉 오르기를 할 때에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느니 등등 말로는 어떤 동작인들 못하리.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기였다.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안전교육 내용을 숙지하고 전반적인 수업 방향을 정한 다음 철봉에 가서 거꾸로 오르기를 연습 했는데 저질 체력의 나의 팔뚝은 내 몸과 철봉이 가까워지는걸 원치 않았다. 다리는 또 어찌나 무거운지ㅜㅜ 시범보이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ㅠㅠ
철봉 거꾸로 오르기를 할 때에는 철봉을 잡고 몸을 철봉에 가깝도록 붙이고 다리를 들어 올려 한바퀴를 돌아야 한다. 이 활동이 한 번에 되지 않는 학생들은 뜀틀 등을 받침대 삼아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육과정상 도전활동에 속하는 철봉 운동은 묘한 매력이 있어서 재미를 못 붙이면 너무 어렵고(무섭고) 재미없는 활동이 되기도 하고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서 계속 해보고 싶게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억지로 시키기 보다 한명, 두명 성공하도록 만들고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다른 학생들도 시도해보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안전 문제. 체조영역에 해당하는 활동들은 다른 영역보다 자신의 몸을 쓰는 것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다치는 경우가 많다.
철봉의 경우에는
1.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리는 경우
2. 놓아야 할 손을 놓지 않는 경우
3. 착지할 때 바닥에 다리를 ‘쿵’ 떨어뜨려 충격을 주는 경우
4. 연습하고 있는 친구를 주변에서 밀거나 장난을 쳐서 다치게 하는 경우
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사전에 학생들에게 주지 시키고 살펴봐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에는 교사가 한명, 한명씩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계를 정해두고 쉬운 것은 지정된 장소에서 각자 연습하게 하고 어려운 동작, 새로운 동작 등은 교사의 참관 아래에서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학생들의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고 보다 주의하면서 동작에 임하게 한다.
그리고 첫시간.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활동안내를 하였다. 안전 사항을 점검해 주고 준비 운동을 가볍게 했다. 손목, 발목, 허리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한 뒤 철봉 활동에 들어갔다.
초반에 쉽게 성공하는 학생들이 있다. 팔 힘을 잘 쓰는 학생들이 쉽게 성공을 한다. 내가 거꾸로 오르기의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이런 학생들을 시범 학생으로 보여주고 또 다시 연습.
겁이 많고 팔 힘이 부족한 학생들은 몸을 들어 올려주고(악! 내 허리!!)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느껴보게 해주었더니 학생들이 계속 시도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남자 선생님이었다면 아이들의 동작을 일일이 잡아주고 받쳐주진 못했을 거다. 이때 체육을 여자 선생님이 가르쳤을 때 이런 부분에서 좋은 점이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각반 2번의 철봉 수업과 1번의 합동체육 수업을 하고 나의 급조된 시간강사 일은 끝이 났다. 사실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좋은 수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낯선 여자 선생님과의 체육수업임에도 불구하고 6학년 학생들이 말도 잘 들어주고 열심히 해줘서 크게 어렵진 않게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 ‘체육 뭐 적당히 놀면서 하지 뭐~’라고 생각했던 내가 철봉을 만나 ‘체육 수업을 적당히 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학년 인사를 드렸을 때 ‘아니 젊은 처자가 어쩌다가 체육 전담을 하겠다고 했어’ 라는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일주일일 뿐이었지만 찐~한 체육전담을 경험하고 나니 어디가서 어떤 수업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6학년 체육 시간강사를 마친 조선생은 4년 후 다시 체육 전담을 선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