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전담 입문기-1
저는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드는 신규를 갓 뗀 교사 입니다.
6학년 2년, 5학년 1년 전담 2년을 마치고 내년에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기대반 걱정반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전담 2년은 더위와 추위, 그리고 이비인후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2년 동안 체육전담을 맡았습니다.
체육전담을 맡았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네가 왜? 학교에 남자 없어?"
"완전 잘어울리는데? 그런데 너...체육과였나?"
그렇습니다. 저는 체육 전담 여교사입니다. 작년에 우리 지역에서 체육전담 현황보고가 있었을 때 체육 전담 여자교사는 제가 유일하더군요. 하하하하........ㅜㅜ
참고로 심화전공으로 체육을 하지도 않았습니다.(사실 입학할 때 살짝 고민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체육 전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체육전담을 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학교 업무 였습니다. 업무로 맡은 일이 담임업무랑 병행하기에 무리가 있는 일이라 전담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학교의 전담 배치는 영어, 음악, 체육.
영어는 항상 마지막 선택지였기 때문에 보류. 음악은.....변성기 아이들과 똑같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패스......
그리고 체육......(뭐 제가 원한다고 다 되는건 아니지만)
두번째 이유는 편한 옷을 입고 싶다는 아주 소박한 이유.(그래서 그렇게 살이 찐건가ㅜㅜ)
마지막 이유는 내가 체육을 좋아하니깐. 운동을 딱히 배운적은 없지만 평균은 하는 운동신경과 공놀이(주로 피구, 발야구 등)라고 하면 가르치는 것보다 하는걸 더 좋아하는 저의 성격에 '체육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여교사가 체육을 가르치는 것은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피부 손상(이게 제일 슬픕니다 ㅠㅠ 멋진 썬캡 어디 없나요 ㅠㅠ)
'체육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아나공('아나 공 여깄다' 라는 말의 준말로 공하나 던져주고 하는 체육 수업을 이르는 말) 하면 안돼?'
'구르기, 철봉, 높이뛰기 이런걸 내가 어떻게 해? 나는 축구 규칙 몰라. 뉴스포츠 그건 또 뭐야~' 같은 시범에 대한 부담감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체육입니다.
"오늘 체육 수업 안한다" 라는 말이 최고의 협박(?)이 되고, 체육 수업을 하는 것 만으로도 완전 좋은 선생님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우리 초등학교에서 과연 어떻게 체육수업을 해야하는가는 많은 선생님들 특히 체육전담이 없는 학교의 담임 선생님들의 고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3,4,5,6학년 아이들과 2년동안 체육수업을 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이야기 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체육 수업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훌륭하게 잘 한 수업이 아니라 진짜 우리 사는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글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쉬는 시간에 찍은 학교의 가을 모습입니다. 교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학교의 모습입니다. 업무다 뭐다 교실 안에서는 하늘 한번 보기 쉽지 않은데 체육전담을 하면 주위 풍경은 정말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