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안에[꼬다네]?
#. 정답은?
꽃은[꼬츤] 웃음이 쏟아지듯 계속 피어났어요. 내가 본 어떤 꽃보다도[꼳뽀다도] 마음에 쏙 들었지요.
“우아!나팔꽃이잖아[나팔꼬치자나]?”
꽃 안에[꼬다네] 맛있는 꿀이 있는지 벌이 쉴 새 없이 찾아왔어요.
# 정답의 근거는? 표준 발음법 전문 제4장 제13항, 제15항
제13항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깍아[까까] 꽂아[꼬자] 앞으로[아프로] 옷이[오시] 꽃을[꼬츨] 덮이다[더피다]
있어[이써] 쫓아[쪼차] 낮이[나지] 밭에[바테]
제15항 방침 뒤에 모음 ‘ㅏ, ㅓ, ㅗ, ㅜ, ㅟ’들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가 연결되는 경우에는, 대표음으로 바꾸어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밭 아래[바다래] 겉옷[거돋] 늪 앞[느밥] 헛웃음[허두슴]
젖어미[저더미] 꽃 위[꼬뒤] 맛없다[마덥따]
다만, ‘맛있다, 멋있다’는 [마싣따], [머싣따]로도 발음할 수 있다.
#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은 ‘깍아’, ‘겉옷’ 등의 낱말을 보고 고민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까까], [거돋]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말의 발음은 어떤 법칙을 배워서 알아낸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엄마로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말들로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발음하는 방법을 왜 굳이 다시 배워야 할까요? 첫째는 정확성을 위해, 둘째는 언어에 대해 생각하기 위함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발음법과 맞춤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이는 개인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배워 온 것들입니다. 여기에는 잘못된 것도 있고 헷갈리는 것도 있겠죠. 그래서 정확한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확인하는 과정, 왜 그런지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탐구력이 길러집니다. 탐구력 신장은 문법 교육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연음법칙을 말하면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문법 지식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제13항의 내용을 2학년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미 규칙에 대해 충분히 탐구한 후) 옷이는 왜 오시로 발음된 걸까요?”
“그... 옷 아래 있는 거가 뒤로 가서 소리가 난 거예요.”
“아, 그러니까 ‘옷’이라는 글자 받침에 있는 시옷이 ‘이’로 갔다는 말인가요?”
“네, 근데 이응 자리로 갔어요.”
“아, 이응은 사라진 거네요. 다른 것도 그런가요?”
“네, ‘낮이’도 그렇고, ‘꽂아’도 그래요.”
“와! 진짜 그러네요. 선생님이 예전에 얘기한 적 있죠? ㅏ, ㅑ, ㅓ, ㅕ 같은 모음을 낱말로 쓸 때, 혼자 있으면 어색하니까 이응을 써 준다고 했죠. ‘아버지’, ‘엄마’ 처럼요. 그런데 여기서 이응은 어떤 뜻이 있는 게 아니고 모음을 어색하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친구가 비켜달라고 할 때는 비켜주기도 하는 아주 착한 친구랍니다. 성격이 동글동글한 이응, 참 고맙죠?”
“우와, 이응 착하다.”
“‘낮이’를 낮/이/로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발음해보세요. 어때요?”
“어색해요.”, “웃겨요.”, “힘들어요.”
“선생님이 해볼게요.(입 과장 모드^^) 아, 너무 어색하네요. 몇 번 하고나면 입이 아플 거 같아요. 그래서 발음할 때, 받침을 살짝 뒤로 넘겨주는 거예요. 이응아, 좀 비켜줄래? 그럼, 이응이 사라져 주지요. 그럼 사라진 이응 자리에 지읒을 넣어 편하게 발음해 볼까요? 어때요? 쉽고 자연스럽죠?”
“네!”
이렇게 규칙의 관계를 의인화하거나 스토리를 넣어 설명해 주었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힘의 논리로 설명하기도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제16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사실 이 내용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정확한 규칙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탐구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잘못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정확한 언어 환경에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그런데 ‘꽃 안에’는 [꼬다네]로 읽는단다.” 이 정도만 알려주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