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앞에 '지나쳤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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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8 07:57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앞에 '지나쳤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아이들 앞에 스스로가 지나치게 행동했거나 반응했던 순간이 있었는지요?
아이의 행동에 지나치게 반응했던 순간들, 걸림이 있었던 순간들, 불쾌함을 넘어서 분노가 갑자기 치밀어 올랐던 순간들... 저는 많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불쑥 떠오르네요.
예전에 개인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자작시를 자주 씁니다.(ㅋㅋ) 글을 쓰고 나면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힘들었나 봅니다.
글에서 처럼 아이들 앞에 불안하고 터질듯한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나 자신과 충돌하는 순간, 나를 깊이 돌아봐야 할 순간입니다.
내가 견딜 수 없는 그 무언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격한 반응들은 내면의 상처를 대변합니다.
내가 견딜 수 없는 그 무언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격한 반응들은 내면의 상처를 대변합니다.
작년에 이 글을 쓸 당시에는 두서없는 생각과 고민을 제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듣고 있는 강의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학습하면서 '그 때의 내 판단이 옳았구나.' 라는 뿌듯함이 마구 밀려왔습니다.
저는 요즘 부모교육인성지도와 관련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강의에서 한 파트의 주제가 통째로 '부모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세우는 것'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전체 강의의 1/4을 차지하며 강의 순서에서도 가장 앞섭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자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자신의 자녀, 더 나아가 타인을 올바르게 기를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자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자신의 자녀, 더 나아가 타인을 올바르게 기를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도 교사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파헤쳐 이해하고, 자신을 세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나에게 굉장히 불편한 순간들이 사실은 내면의,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교사도 아이들을 양육하는 한 주체로서 다음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나의 부모는 나를 어떻게 길렀는가?(양육 유형: 통제, 엄격, 과잉보호)
나의 부모는 감정적인 면에서 나를 어떻게 길렀는가?(감정에 무관심, 변덕스러움, 칭찬이나 애정표현 x)
나의 어린 시절 상처는 무엇인가?
나의 부모님은 어떤 성격이었나?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으로서, 한 명의 교사로서의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기억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외현기억과 내현기억.
외현기억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억을 말합니다.
내현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비언어적 기억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현기억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정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냅니다.(예를 들어 아이는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돌봄 경험으로 엄마는 포근하고 든든한 존재라는 정신적인 모델, 이미지를 만듭니다.)
내현기억은 자신이 회상하고 있다는 감각도 없이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곧, 내현기억 속에 있는 상처와 비합리적인 신념이 현재의 경험에 다이렉트로, 버튼을 누르듯이 반응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혹시 글씨를 대충 쓰는 아이를 보고 지나치게 분노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가 지나쳤다고, 반응이 어색했다고 느끼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과거에 글씨를 잘 못쓴다는 이유로 심하게 야단을 맞았던 부정적인 경험이 있지는 않았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강요받지는 않았나요?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다투는 상황에 지나친 분노와 불쾌감, 좌절감까지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인한 상처가 현재의 그 상황을 못 견디게 만들고 지나친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경험들과 축적된 지식과 정보의 회로 속에서 개연성이 있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 상처들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부정적인 내현기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는 모든 사람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방법은 바로 내현기억을 외현기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지나친' 순간, 그 일이 있은 후에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지나친' 순간, 그 일이 있은 후에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내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지?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의 원인은 뭘까? 무엇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지? 나에게 어떤 상처가 있었지?'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대답합니다.
'그래, 그땐 어려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어. 내가 경험한대로 똑같이 행동하는 건 어리석어' 라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관망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조금 더 온전해진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온전한 양육자가 아이들을 온전하게 기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내현기억이 아이의 존재에 얼룩지지 않도록 아이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아이들을 신중하게 길러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