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훈육은 가르치며 기른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어떤 행동은 되고 안 되는지,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는지 등등 부모의 온갖 지혜와 습관이 아이에게 전수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제 자신과 교사들이 아이들을 훈육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분명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굳어진 습관을 바로 잡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순간들도 많이 보입니다. 더 좋은 습관과 태도, 더 나은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교사의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먼저이지만 눈높이만 맞추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현재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한 가지 더 좋은 생각을 갖게 되도록, 하나 더 좋은 습관을 만들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올바른 가르침과 적절한 도움(믿음, 관계를 포함)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에 비해 5살인 제 아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기는 비교적 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 옷을 입는 거야. 엄마랑 아빠가 대신해주지 않아. 스스로 하는 거야.” 몇 번 일러주고 지켜보면 아이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부모의 말을 따릅니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말에 아이도 수긍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도움을 점차 없애는 방법을 써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해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옷을 입을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 다음에는 아이가 어려워하는 윗옷만 입혀주었어요. 다음에는 목만 끼워주고 팔은 스스로 끼우도록 했습니다. 요즘엔 입을 옷을 준비만 해주고 스스로 입도록 합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곧잘 해냅니다. 그 다음 단계로는 스스로 옷과 양말을 꺼내 입도록 하고, 최종적으로는 입을 옷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가르칠 계획입니다. 옷 입는 일, 밥 먹는 일, 자동차 안에서 앉아있는 일, 장난감을 정리하는 일 등 행동의 수준과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일에 대한 훈육은 최종 목표 아래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제 아이에게 옷 입는 법을 가르치는 일의 최종 목표는 스스로 옷을 선택해서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목표를 위해 미리 상황을 예상하고, 어떻게 가르칠지 계획하고 결코 도와주지 않겠다는 부모의 마음가짐도 준비합니다. 계획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계획한대로 차근차근 가르칩니다. 인내심을 갖고 목표와 계획을 다시 떠올리면서요. 이 중에는 쉽게 성공하는 것도 있고 되다 안 되다 하는 것도 있고 전혀 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론 부모가 그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훈육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있다는 물리적인 한계, 끝까지 지켜봐 줄 수 없는 시간적인 한계가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훈육이란 올바른 것을 가르치며 기른다는 의미인데,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데 애를 쓰다 끝나는 건 아닐까? 올바른 훈육이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문득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지켜보니 가정에서의 습관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제가 눈 감아버린 일 중에 돌이켜보니 잘못됐다고 생각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하고 넘어간 일들의 결과를 보며 ‘처음부터 잘 가르칠 걸’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것은 훈육자의 몫이지만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아이들을 몫입니다. 아이들의 몫은 차치하고 훈육자의 몫을 먼저 생각해봅니다. 가정에서 아이들 훈육하는 엄마로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교사로서 훈육에 대해 요즘 계속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 가르치자.’
굳어진 습관을 바꾸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아이도, 훈육자도 힘이 들지요. 처음에 조금 힘이 들더라도, 눈 감아 주고 넘어가도 싶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꾸준히, 될 때까지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봅니다. 시작은 하나부터입니다. 지금 내 아이에게 가장 길러주고 싶은 것, 생각만 하고 넘어가는 것을 다시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초등학교의 처음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1학년 담임교사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