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롤로그
서울시교육청은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숙제 없는 학교 정책', '안정과 성장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학년에서는 학생에게 부담을 주거나 학습에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는 반복적인 과제를 퇴출하고,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숙제 또한 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받아쓰기', '알림장 쓰기', '독서록 쓰기'등의 일괄적인 숙제는 금지됩니다.
다만, "학생에게 어떤 숙제를 내주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별 교사의 자율적 권한"이라며 "교사의 자율적 권한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선생님들의 학교는, 그리고 교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중에서 저학년 선생님들에게 특히 고민스러운 일은 '받아쓰기' 입니다.
받아쓰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일의 '목적'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깊이 고민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져봅니다.
- 질문 던지기
▷ 목적에 대한 질문: '받아쓰기 왜 하는가?', '받아쓰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가?'
▷ 방법에 대한 질문: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효과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더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 질문에 대한 고민과 답
▷목적에 대한 고민과 답:받아쓰기의 목적은?
- 어휘력 향상
- 낱말/문장/글 쓰기 능력 향상
- 필순/철자 바르게 쓰기 연습
- 띄어쓰기, 문장부호 쓰기 연습
▷방법에 대한 고민과 답: 받아쓰기, 무엇이 문제일까?
-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자 스트레스이다.
- 무조건 외운다. 그리고 외우고 끝난다.
- 적용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암기시험으로 끝난다.
- 일회적이다.
- 글자를 해득하지 못한 아이에게 거의 효과가 없다. 과제의 수준이나 분량이 많기 때문에 바로 포기한다.
- 받아쓰기의 내용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이 아니다. 대부분 교과서의 일부를 무작위로 발췌한 것이다.
- 아이들이 알고 싶어서 외우는 것이 아니다. 받아쓰
기에 대한 흥미와 동기가 없다.
- 점수에 집착한다.
생각보다 문제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어떤 선생님께서는 받아쓰기의 대안으로 '보고쓰기'를 한다고 합니다. 받아쓰기 급수표를 보고 똑같이 적은 후에 자신이 바르게 썼는지 확인하고 연습하는 것입니다. 보고쓰기는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받아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두 문장씩 받아쓰기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받아쓰기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 외운 것을 의미 있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점수에 집착하지 않고 매일의 성취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매일 두 문장씩 받아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방법의 장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부담이 줄어요.
일반적으로 받아쓰기 시험은 학교에서 연습을 꾸준히 하거나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한 후, 시험 보는 날을 정해 10문장을(한 급수) 한꺼번에 시험봅니다. 정확한 철자, 띄어쓰기, 문장 부호까지 모두 완벽하게 쓴다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요? 반복해서 쓰면서 외우고, 때로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외웁니다. 받아쓰기 시험이 늘 부담스럽습니다. 시험 전날에는 부모님과 예비시험을 보느라 잠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 문장씩 받아쓰기를 하면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대부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연습해요.
'오늘의 받아쓰기 문장에서 이 낱말을 알고 있었던 친구가 있나요?', '이 낱말로 어떤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이 문장에서 이 낱말은 받침에 주의해야 겠어요. ㄹ과 ㅂ이 합쳐져 있죠?', '휘말리다는 말 기억나요? 글에서 읽었죠. 휘말리다가 어떤 뜻이었죠?', '이 문장과 관련된 선생님의 경험이 생각나요.', '이 문장에는 왜 문장 끝에 온점이 안 붙었을까?'
아침 시간이나 1교시에 오늘의 받아쓰기 문장을 제시합니다. 그냥 쓰고 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 나누며 생각하는 게 목적입니다. 문장을 소개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철자, 띄어쓰기, 문장 부호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은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더욱 잘 기억합니다. 그리고나서 공책에 두 세번씩 혼자 써봅니다. 아침 시간에 소개한 문장은 문장 쓰기 역할을 맡은 아이가 칠판 한켠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써 놓습니다. 그리고 하교 전에 빠르게 시험을 봅니다.
선생님, 저도 이 문장은 할 수 있어요.
글자를 아직 해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두 문장 외우기는 도전할 만한 일입니다. 어떤 날은 어려워서 틀리지만 어떤 날은 알고 있는 낱말이 꽤 있어 한 문장이라도 완벽하게 써옵니다. 분량이 많았다면, 일회적인 시험이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일찍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매일매일, 꾸준히 연습해요.
일주일에 한 번, 이주일에 한 번 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매일 두 문장씩, 함께 이야기나누고 연습하고 시험을 봅니다. 꾸준함과 반복, 누적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받아쓰기 활용 방법 고민: 우리반 사전을 만든다면?
받아쓰기의 문제점 중 하나가 외우고나서 써먹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받아쓰기에서 연습한 낱말이나 문장, 선생님과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나눈 낱말을 차곡차곡 기록해서 우리반만의 사전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글쓰기를 하다가 낱말의 뜻이나 철자가 생각나지 않을 때, 학습한 것을 눈으로 보고 복습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반 아이들과 한번 해보려 합니다.
한 가지 목적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학급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