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송, 이런 프로그램도 있어요!
저는 방송 업무를 3년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복직 후 다시 방송을 맡게 되었을 때 느낀 충격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불평하지 말고 재미있게 잘 해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다시 아이들의 방송쌤이 되었습니다.
3월 초, 방송부 아이들과 첫 만남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되짚어 보고, 형식적으로 존재하거나 학생들에게 별 의미가 없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없애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정 PD가 되었습니다. PD가 되는 일은 방송 담당 교사라 불리는 것보다 훨씬 존재 가치가 있고 자부심이 생기는 일 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거나 생각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여겨주었습니다.
아래 프로그램들은 학교 방송에서 했거나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입니다. 모든 코너는 방송부원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했고, 일부 코너는 몇 명이 아이디어를 내서 자신들의 코너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1. 학교의 문제점을 취재한다, '개선할 점 코너'
개선할 점 코너에서는 학교의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직접 현장 취재를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문제 상황을 알리고,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선할 점에서 다룬 학교의 문제점으로는 운동장 쓰레기, 도서관 이용, 급식실 이용, 화장실 이용 등이 있었습니다. 링크한 영상은 도서관 활용 문제점에 관해 취재한 것입니다.
https://youtu.be/dS2XANCgK4c
2. 학생들을 인터뷰한다, '학생 인터뷰'
학교방송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민할 때, 고민의 방향성은 '학생 중심의 방송' 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방송에 출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 인터뷰' 라는 코너가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촬영을 할까? 누구를 인터뷰할까?' 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들은 방송부원과 논의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대로 신청서나 추천서를 받아서 인터뷰 할 학생을 선정한 후에 아나운서와 인터뷰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청서를 받는 함이 탄생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코너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매주 몇십 장씩 신청서와 추천서가 들어왔습니다. 특히,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에서 신청서가 많이 들어오고, 고학년은 신청서보다는 추천서가 들어왔습니다.
학생 인터뷰에서 인터뷰하는 내용은 학생의 취미나 잘 하는 것, 관심사에서 부터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아래 사진에 등장한 3학년의 한 학생은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송중기처럼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했답니다.
3. 전교생이 퀴즈에 응모하다, '알쏭달쏭 퀴즈왕'
이 코너는 5학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부터 프리젠테이션 자료까지 완벽하게 아이들이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는 이렇게 운영됩니다. 먼저 저학년용 고학년용으로 나눠진 퀴즈가 학교 방송으로 제시됩니다. 방송이 끝나면 정답을 아는 학생은 방송실 앞에 있는 퀴즈 응모 용지에 정답을 적어 방송함에 넣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응모 기간을 주고 이후 학년별로 1명을 추첨하여 작은 선물을 전달합니다.
방송이 끝나면 수십 명의 학생이 우르르 방송실 앞으로 집결하여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평균적으로 전교생의 1/3 이상이 퀴즈에 응모합니다.
퀴즈는 넌센스 퀴즈나 학교와 관련된 퀴즈를 내는데 학교와 관련된 퀴즈 중에는 '학교에 계신 남자 선생님은 몇 분 일까요?' '학교에 있는 소화전의 수는 몇 개 일까요?' 등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문제와 문제의 답도 방송부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찾았습니다.
방송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참 기뻤습니다.
실수했지만 다시 도전하고, 집중해서 다시 해낼 때 아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을 저 또한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생각은 학교 방송을 기획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업무 분장을 받아들었을 때 느꼈던 충격과 좌절감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