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진짜 힘든거야?
새벽 4시, 둘째 아이가 깨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먼저 일어나주길 기대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남편 코고는 소리만 들립니다. 오늘도 제가 비몽사몽 눈도 못 뜬채로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향합니다.
'어휴, 힘들다.'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이면서 마음속으로 혼자 되뇌입니다.
그러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게 힘든건가? 이건 그냥 피곤해서 더 자고 싶은건데.'
아이를 다시 재우고 '힘들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대표적으로 제가 그랬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힘들다. 자유롭지 못해서 힘들다. 사고 싶은 걸 못 사서 힘들다.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해서 힘들다. 아이가 어떻게 해도 울음을 안 그치니 힘들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언제 힘들다는 말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을 때,
또는 내 욕구가 해결되지 못했을 때,
이 상황과 감정을 뭉뚱그려 '힘들다'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힘들다는 말을 하다보니 진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힘든지, 어떻게 이 힘듦을 극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원인 모를 우울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왜 내가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았는지 이제야 한 가지 분명한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욕구와 내면의 소리를 '힘들다'라는 한 마디 말 속에 구겨 넣어 표현해 왔기 때문에 이면에 있는 진짜 내 마음과 욕구를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볼 수 없으니 이걸 해결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힘들다'는 말을 다른 말로 바꿔보려고 합니다.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이 말,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 말,
내면의 소리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이 말 대신 '구체적인 욕구에 관한 표현'을 사용하려 합니다.
(몸이 피곤해서) 힘들다.-> 몸이 피곤해서 더 자고 싶다.
(자유롭지 못해서) 힘들다.->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힘들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답답하다. 그쳤으면 좋겠다.
이렇게 바꾼다고 다 해결될까요? 행복해질까요?
아닙니다. 욕구에 대한 해결은 개인의 몫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내 욕구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해결로 가는 길이 더 쉬워집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교사가 먼저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분화하고 표현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아이들도 따라 배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다짐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