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나의 블리자드 게임 연대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떠들썩하다.
10대, 20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게임이기 때문이 아닐까?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하여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의 온라인 서비스를 배틀넷이라고 한다.
최초의 배틀넷은 디아블로1(1996)으로 시작했다. 초고속통신망(케이블망)이 들어오기 전, 014XX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절이다.
중1. 나는 디아블로1 유저였다. 새벽에 잠든 척 누웠다가 조용히 일어나서 배틀넷에 접속하다가... 전화비가 20만원 넘어서 굉장히 혼났다. 다음 달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10몇 만원이 나와서 쫓겨날 뻔했다.
이후, 워크래프트2 배틀넷을 체험(?)하고 신세계를 맛보며 스타크래프트 발매를 누구보다 기다렸다.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불기 훨씬 전, 출시와 동시에 구입해서 바로 캠페인을 모두 깨버렸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출시되고 PC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프로게이머가 생겨나고... 중2, 중3 이후로는 애들 모이면 스타 얘기하다가 PC방 가는게 일상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디아블로2가 나왔다. 당시 배틀넷은 접속자 수용을 못해서... 접속 대기를 한참 하거나, 서버 다운도 자주있었다. 고3 때도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인지 도서관에 가서 밤새 공부하겠다고 나와서는 마우스 잡고 졸아가며 배틀넷을 누볐다.
대학생 때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나왔다. 공격대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40명의 유저가 각자 역할을 맡아 한팀으로 하나의 던젼을 공략하는 것이다. 40명이 합을 맞추어 몇 시간씩 어려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공격대장이라는 리더를 중심으로 공격대는 하나의 조직이었다. 초기 공격대는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시간, 노력,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서버에서 인정 받거나 공격대장과 엄청 친하거나. 물론 나는 전자로 스카웃.
임용 준비를 위해 접어뒀던 와우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서 시골 관사에 살고 고시원에 살면서 다시 시작됐다. 직장이 있다보니 공격대 활동은 거의 못하고 라이트유저로. 그래도 죽음의 기사가 처음 나왔을 때는 나름 네임드가 되어보기도 했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레 또 게임과는 멀어졌다. 와우는 이제 컴퓨터에서 사라졌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디아블로3가 또 나왔다. 사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내가 아기 재울 때 틈틈이 접속했다. 나는 나름 가사와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여가를 즐겼는데, 아내는 게임하는 모습에 굉장히 서운해하기도 했다. 결국 접었다.
부장이 되고, 학교 일이 점점 많아지고 집에선 또 열심히 아들과 놀아주면서 내 시간이 사라졌다. 바쁜 시간 쪼개서 다시 게임을 했다. 물론 길게는 못한다. 숨구멍이랄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최근에 또 확장팩이 나왔고 일하기 전에는 잠깐씩 배틀넷에 접속했다.
디아블로는 정복자 레벨 1000까지 하려고 했는데, 어제 800을 넘겼다. 슬슬 이제 또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800이라는 목표 달성은 못했지만 충분히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