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욕실험' 이라는 게시글을 보았다.
'욕실험' 이라는 게시글을 보았다.
식물을 2개 심어놓고, 하나는 좋은 말을 들려주고 하나는 나쁜 말을 들려주면서 식물의 자람을 비교하는 실험이다.
일단 이 글은 '과학 탐구 활동'+'바른 말 사용 교육'으로 소개됐는데,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시글 밑에는 '안그래도 이 실험을 하려고 했는데 고맙다' 같은 댓글이 주를 이룬다.
왜 이 실험을 학교에서 하면 안될까?
1. 이 실험은 학교, 교실이라는 환경에서 변인통제가 불가능한 실험이다.
이와 비슷한 '밥 실험'이 있다.
밥을 2개의 용기에 담아 놓고 하나는 좋은 말, 또 하나는 나쁜 말을 들려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좋은 말을 들은 밥은 누런 곰팡이가 피고, 나쁜 말을 들은 밥에는 검은 곰팡이가 피어 더 빨리 썩는다는 '정해진 결과'를 얻는 실험이다.
벌써 10년 전, 한글날 기념 다큐에서 MBC 아나운서가 이 실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아직도 수업 자료로 돌아다니고 있다. 이 영상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데... 뚜껑을 열고 침 튀기면서 말을 한다. 그리고 밥이 든 용기를 들고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돌아가며 실험이 진행된다. (이게 왜 오류인지는 설명 생략)
어쨌든 나도 이 실험을 한 4~5년 전에 해봤다. MBC 영상에 나온 실험을 보완하여 뚜껑을 열지 못하게 했고, 용기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진짜 그런 결과가 나오더라.
그러나 역시 변인통제의 실패가 원인이었다. 내 눈을 피해서 밥이 들은 용기를 들고 흔들거나 입을 아주 가까이 대고 침 튀기며 욕 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아이들은 욕의 위력이 궁금했는지... 나쁜말 용기를 건드리는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식물을 이용 했을 때는 밥 실험 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똑같은 양파, 똑같은 고구마...가 존재하는가? 멸균 처리라도 했는가? 역시 변인통제 불가.
2. 근거도 없는 실험 결과를 마치 '정답'처럼 설정해놓은 상태에서 바람직한 '배움'이 있는가?
변인통제가 완벽했다고 치자. 하지만 말에 어떠한 힘이 있고, 그에 따른 변화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는 없다. 타당한 과학적 근거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왜냐? 내뱉는 말에 따라 어떤 파장이 있는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실이라 '믿고 있는 교사'는 의도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 실험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오류를 범한다. 또한, 밥 실험에서 누런 곰팡이는 좋고, 검은 곰팡이는 나쁜 것인가? 빨리 썩는 것이 나쁜 것인가? 이것 역시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는 판단이다.
실험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얘들아, 우리가 실험을 잘못해서 그래. 원래는 나쁜 말을 들은 밥에는 검은 곰팡이가 피고 빨리 썩어. 그러니까 우리 바른 말을 쓰자.'라고 가르칠 것인가? 정답이 그렇다고 믿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아이들이 '바른 말'을 써야겠다는 배움을 얻었으니 이 교육 활동은 바람직한가? 단순히 선의의 거짓말일까?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이 실험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대단한 과학적 탐구에 성공한 것처럼... 실험 성공기가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그 성공기가 최근까지도... 선생님들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 님들... 이거 그냥 사이비. 유사과학입니다.
과학이라는 낱말을 붙이기도 아깝네요. 그냥 구라입니다.
그만하세요. 특히, 학교에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