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3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진정한 상담자의 자세
※ 스포주의
진정한 상담이란 무엇일까요. 초등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조차 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질문입니다. 특히 작년에 한 제자가 제게 건넨 말은 저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했습니다.
"선생님, 저 힘들어요. 오늘 부모님이 법원에 가신대요. 부모님이랑 함께 살고 싶어요.”
이 때 저는 이 학생을 위해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요. 안아주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는 아이를 보내고 난 한참 후 조차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에 저의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서였습니다. 얼마 전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하기도 하였는데,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담아내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영화 속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원작 속 인물의 치열했던 고민이 이 영화에선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이하 주인 할아버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연히 빈집털이를 한 후 쫓기듯 나미야 잡화점으로 오게 된 세 명의 젊은 청년의 사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의 ‘우유곽’에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합니다. 졸지에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투박한 말투와 함께 때로는 직설적인 조언도 건넵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에게 도착한 편지가 30년 전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와 연결될 수 있는 날이 할아버지가 죽은 날인 9월 13일 단 하루뿐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주인 할아버지가 이 곳 사람들의 고민 상담 역할을 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됩니다. 30년 전 주인 할아버지가 했던 역할을 9월 13일 하루 동안 이 세 젊은 청년들이 대신하고 도맡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 할아버지에게 고민 상담을 했던 사연들이 하나씩 밝혀집니다.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보낸 인물들은 각자의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편지에 담아 나미야 잡화점의 ‘우유곽’에 넣으면 주인 할아버지가 이에 대한 답장 편지를 보냅니다. 장난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편지조차도 정성껏 답장 편지를 써줍니다. 장난으로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조차 이 편지를 쓰기 위해 수고를 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애쓰며,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상담을 할 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는데 바로 내담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답이 과연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상담가의 제안과 내담자 본인의 생각이 일치한다 하더라도, 충고를 따른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면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합리적인 방향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해결책을 내려주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주인 할아버지는 상담이 주는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신중한 상담을 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합니다.
내담자 모두가 주인 할아버지의 생각을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다만 주인 할아버지의 질문에 끊임없이 고민한다. 할아버지가 답을 내려주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참 후에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그 깨달음은 결국 스스로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내담자들은 그 선택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집니다. 그리곤 자신의 사연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었던 주인 할아버지에 대해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와는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하루 동안 주인 할아버지의 역할을 했던 세 젊은 청년의 상담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내담자들의 상황과 처지를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워했으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마음을 차츰 이해하게 됩니다. 내담자들에게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질문거리를 던져보기도 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공감해 줌으로써 결국엔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길 원합니다. 우리가 상담을 극도로 어려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해결책을 제시해주려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교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들 누군가의 ‘나미야 잡화점’이 되어 그들의 고민을 함께하고 또 공감할 것입니다. 때론 그들의 마음의 짐을 함께 짊어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