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2화] 시네마천국 - 기다림에 관하여 (100일을 앞두고, 병사가 공주를 떠난 진짜 이유)
선생님들께서는 정말 특별한 순간에 보려고 아껴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시네마천국>이 이에 해당합니다.
딱 10년 전, 이 영화를 다 본 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감동이 벅차 밀려온 나머지, 그 이외의 것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일주일동안은 영화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만큼은 영화를 보고 소모될 감동을 아껴두고 싶었습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순간조차도 절제해 오다가 최근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영화를 처음 봤던 그 감동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시네마천국>의 명장면을 꼽을 때, 많은 사람들이 ‘토토’가 ‘알프레도’로부터 받은 필름 영상을 보는 장면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두 번째 이 영화를 볼 때엔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들려준 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이 된 ‘토토’는 운명처럼 ‘엘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이별을 앞두고 '알프레도'로부터 병사와 공주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알프레도’는 병사가 떠난 이유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이유를 추측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사가 다가올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도망친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100일 동안 기다린다 해도 과연 공주님이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하는 병사 자신의 불안함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병사가 도망친 것이 아니라 공주를 위해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99일 동안 병사는 마음을 다해 정성껏 공주를 기다렸지만, 어떠한 반응도 없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자신이 100일을 기다린다면 공주는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켜야만 하고, 그것은 공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마지막에 병사가 한 선택은 오히려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의견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병사와 공주이야기의 원작이 실제로 있다고 하여 찾아보았습니다. 뒷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주는 막상 병사가 떠나자 의아해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병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병사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청혼을 하러 찾아오더라도, 병사가 눈에 밟혀 거절하게 되었다. 그리곤 그 병사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삼 년이 지났고, 한 노인이 찾아와 병사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깊은 산 속에서 은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주는 직접 병사를 찾아 헤맸다. 깊은 산 속을 찾아 헤매느라 온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면서까지 병사를 만나길 원했다. 마침내 병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당신을 꼭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곤 왜 100일째 되던 날 왜 자신을 떠났느냐고 물어보았다. 병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100일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의 표정이 쓸쓸해보였습니다. 내가 끝까지 기다리고 떠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억지로 약속을 지켜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또한 저 역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원할 것이기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나를 찾아와 줌으로써 이 모든 것이 해결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내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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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뒷이야기를 접하고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병사는 미래를 예지한 것일까요.
기다림의 결과를 미리 알면 거기에 따른 고통은 줄어들까요.
혹은 기다림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과정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는 걸까요.
기다림의 결과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애착을 느껴 기다림의 힘을 얻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공주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감사할 수 있을까요.
가만히 기다릴 수만 없다고 생각되면 어떤 대처를 해도 되는 걸까요.
<시네마천국> 영화 속 병사와 공주이야기를 접하며 기다림에 대한 저만의 고민이 더욱 커져버렸습니다.
병사와 공주이야기에서 병사가 100일째 되던 날 떠난 진짜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선 다음의 이유가 정설로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100일째 되던 날은 병사의 전역일이었다.”
각각의 사연으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으신
선생님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