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N 교과서]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영화 <우리들>, 그리고 수업 재구성에 대한 고민
국어교과서에 영화매체가 직접적으로 다뤄진 것은 이번 2015 개정교육과정이 처음입니다.
영화 <우리들>은 2015 개정교육과정 4학년 2학기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입니다.
아마도 교과서에 영화 <우리들>이 실리기 전부터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영화 <우리들>을 활용한 영화읽기 수업을 해오셨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그리고 아이들과 나눠볼 주제가 풍부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지요.
작년 6월, 에듀씨네에서 윤가은 감독님을 모시고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때 마침 국어교과서를 집필하셨던 선생님도 참여해주셔서, 영화 <우리들>이 교과서에 실리게 된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구나 싶었고, 한 편으로는 집필진 선생님 덕분에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우리들>이 왜 4학년 교과서에 실렸을까?'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서천석 박사 또한 주인공이 심리발달 특성상 5~6학년에 해당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4학년과 5학년의 1년 차이가 3학년과 4학년의 1년 차이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품에서는 왜 주인공을 4학년으로 묘사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윤가은 감독님의 답변은 저의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엔 영화 <우리들>이 4학년 교과서에 실리게 된 배경도 담겨있습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HwangEuiseok&wr_id=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년 특성과 심리발달 특성상 영화 <우리들>은 5~6학년에게 좀 더 적합한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먼저 단원명을 살펴보겠습니다.
단원명은 '이어질 장면을 생각해요'입니다. 영화 <우리들>을 감상하고, 이어질 장면을 생각하는 활동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일단 교과서의 일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4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및 지도서
먼저 1~2차시는 만화영화나 영화를 본 경험을 나누는 차시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3~4차시에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영화 <우리들>을 활용합니다.
일단 3~4차시의 활동은 꽤나 빡빡해 보입니다. 두 차시 내에 영화 90여분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감상해야 하고, 활동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 텍스트를 교과서에 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5~6차시에서는 '만화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학습목표로 새로운 텍스트(영화 <오늘이>)를 감상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영화 매체와 만화영화 매체를 구분한 차시인데, 차라리 두 매체의 구분 없이 하나의 텍스트로 통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이 동일한 단원 내에서 감상해야 하는 텍스트가 다소 많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7~8차시에서는 등장인물의 고민을 생각하며 5~6차시에 감상했던 <오늘이>를 또 감상해야 합니다.
해당 단원의 목표는 '이어질 장면을 생각할 수 있다'인데, 3~4차시에 왜 영화 <우리들>을 제시했을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집필진들은 이를 두고 수도 없이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 매체도 한 학기 한 권 읽기처럼 느린 호흡으로 학생들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 포스터만으로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영화를 함께 읽으며 중간 중간 학생들의 경험도 공유해보고, 곁다리 활동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1단원에서 영화 <우리들>이라는 영화 한 편으로 다양한 활동이 구성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오늘이>는 결말이 비교적 명확한 텍스트입니다. 이에 반해 영화 <우리들>은 열린 결말의 작품이지요. 오히려 영화 <우리들>을 보고 이어질 내용을 상상하는 활동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원 구성이지만, 워낙 영화 <우리들>이 훌륭한 텍스트인만큼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께서 적절히 재구성을 하신다면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익한 수업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참고자료는 지도서에 제시된 '초등학생이 볼 만한 만화 영화 목록'입니다. 여기엔 제가 물음표를 가질만한 작품 두 개가 제시되어 있네요. <소나기>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는 안재훈 감독님께서 현대문학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지요.
마침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애니메이션 <소나기>가 실렸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