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N 교과서] 애니메이션 <소나기>를 원작소설보다 먼저 접한다면?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6학년 1학기 2단원 국어 교과서에 제시된 작품입니다.
선생님들께선 소설 <소나기>를 언제 접해보셨나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여쭤봤지만 대부분 중학교 이후에 접했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어느 시기가 되어야 그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소나기>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지금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소나기> 제재를 다루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결국 <소나기> 제재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처음 다루게 되었습니다. 매체가 소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달라졌을 뿐입니다.
원작 소설을 먼저 감상하느냐, 애니메이션을 먼저 감상하느냐의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소설보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애니메이션에서 접했던 첫 이미지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해당 제재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먼저 감상한다면 더욱 더 그러한 현상이 심화될 것입니다. 그 다음 원작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에서 접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읽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더군다나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원작소설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원작에 충실했다고는 하나 애니메이션화 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자세하게 묘사하였을 것이고, 또 어떤 부분은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같은 이야기지만 그것을 다루는 매체의 특성을 비교해볼 땐 원작을 먼저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나기>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4학년 지도서의 '초등학생이 볼 만한 만화 영화 목록'에 제시된 작품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6학년 1학기 2단원 '이야기를 간추려요'에 수록된 제재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굳이 애니메이션 <소나기>를 활용해야만 했을까?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구조를 찾는 것이 차시의 목표였다면 다른 제재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또한 교과서에서는 애니메이션 <소나기>를 감상하고, 매체의 특성을 묻는 질문을 만들어 묻고 대답하는 활동을 제시했습니다. 지도서에는 '소설과 만화영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라는 대답을 도출하도록 예시가 제시되어있습니다. 매체의 특성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소설 <소나기>를 읽어야 합니다.
<소나기> 뒷 이야기 상상하는 활동을 시켜보면 학생들은 일관된 내용들을 적어냅니다. 거의 대부분 막장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막장 이야기를 발표한 학생과 그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모두 박장대소하지만 저는 혼자서 씁쓸한 웃음을 지어냅니다. 왜 이런 상황들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저는 학생들이 <소나기>의 감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학생들에겐 <소나기>의 감성보다는 줄거리만 남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온전히 이해한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박유신 선생님(서울석관초등학교)은 교과서가 점점 미디어 기반으로 진화중이어서 이에 대한 감수는 보다 더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이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교과서에 제시된 <소나기>의 이미지는 참 강렬합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고착화되지는 않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