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우리는 교육을 완전히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까?
수업이 여러분 뜻대로 잘 된다고 믿는 선생님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교실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있고, 여러분들은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호작용들을 완전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수업이 예측가능하다는 믿음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일종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수업뿐만 아니라 우리는 대부분의 상황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생각의 뿌리에는 세상사의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라 결과를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 관계에 의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을 ‘기계론’적 사고라고 합니다.
기계론적 사고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학자 뉴턴에 의해 근대 과학이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면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기계론적 사고관은 우리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이유를 변수들에 대해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리학을 위시로 한 오늘날의 실증주의 과학은 인간이 세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이 현상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관측이 정확하지 않다면 원인과 결과가 정확한 것인지 확정지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발견한 지식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단정할 수 없겠지요.
최근의 인지심리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은 인간이 현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철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장했습니다. 니체나 후설 등등...)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관측의 기본은 인간의 감각입니다.
자로 재는 것이나 실험실의 쥐를 관찰하는 것, 실험 속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행동을 보는 것 모두 눈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눈으로 보는 것이 완전히 객관적일까요? 학자들은 이 감각에 인간의 인지가 포함된다고 봅니다.
감각은 이미 지적인 활동이고 주관적인 활동이라는 것이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듯, 아는 만큼 보이고 모르는 만큼 못 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는 전제인 객관적인 관찰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밝힌 지식들은 실제 상황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간이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믿음일 뿐입니다.
다시 수업의 장면으로 돌아와 봅시다.
우리가 수업을 뜻대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에게 확고한 지식-틀림없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지식-이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됩니다.
수업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충분히 수업을 이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업이 엉망인 것은 그런 지식(노하우가 되었건 어떤 것이건)이 부족한 것이라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분명한 지식(모든 수업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영원한 진리)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업을 하기도 전에 교사가 무엇을 행동했을 때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오만이고 오판입니다.
수업을 하는데 교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맞닥뜨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로 장문을 써버렸군요.
결론은 이겁니다.
"여러분은 수업은 완전히 살아있으며 너무 역동적이어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러분의 수업이 다소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학급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만약 완전히 통제되어 도서관처럼 조용한 교실이라거나 교사가 수업 전에 계획한대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면 오히려 죽은 교실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새학기라 아마 교실이 어수선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학기초라고 너무 잡다간 1년 내내 죽어 있는 교실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더하여: 제가 완전히 과학적 실험 결과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숫자로 셀 수 있는 영역들은 과학적 방법으로 탐구할 수 있지요.
하지만 셀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나 경향성은 통계 따위로 인과관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