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저학년 체육수업, 어떻게 하지?
저학년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다?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초등학교 교사라면 잘 알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매우 짧은 주의 집중력 덕분에 간단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 조차 아주 힘들지요. 저는 저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신체활동 수업을 하는 것이 고학년 아이들의 체육수업을 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저학년 체육수업,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은 고학년 체육 수업보다 더 난해한 문제였습니다.
저학년은 사실 체육이 없지요. 체육은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듯 3학년 이후의 교육과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학년 '체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저학년 시기의 신체 활동이 이후 체육교과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준비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놀이'를 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개인적인 관점 때문입니다. 국어나 수학에 학습의 결손이 있듯 체육에도 학습 결손이 있습니다. 예컨대 고학년 학생이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던지고 받는 것이 안 된다거나 짧은 거리를 달리는 방법을 모른다면 체육에 대한 학습 결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체육수업을 수 년간 받았음에도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명백히 안 배우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지요.
다시 저학년 체육으로 돌아가봅니다. 저학년은 '체육교과'가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교육과정 역시 없습니다. 물론 일부 내용이 다른 통합교과에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즐거운 생활의 목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여러 가지 놀이와 표현 활동을 통해 감각을 발달시키고 건강한 신체를 기른다.
나.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표현 기능을 익힌다.
다. 소리, 이미지, 움직임 등에 대한 심미적 감성 능력을 기르고 창의융합적으로 표현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능력을 기른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놀이'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놀이'의 포커스가 아무런 놀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학년의 교육과정 속의 신체활동은 그저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쓸모가 있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저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을 제안합니다.
1. 다양한 운동감각적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저학년 시기에는 운동감각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신체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줄넘기나 릴레이 달리기와 같은 특정한 움직임에 편향된 놀이나 신체 활동을 피하고 몸을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신체와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2. 규칙과 질서를 포함한 활동이어야 한다: 여럿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이 그러하듯, 많은 게임이나 스포츠는 규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규칙과 질서를 포함하는 신체 활동을 계속해서 가르치는 것은 이후의 다른 신체 활동이나 체육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3. 기초적인 조작을 다루어야 한다: 이건 '1. 다양한 운동감각적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만, 따로 뺀 것은 제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대체로 저학년 체육 수업에서 도구 조작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연장된 부분으로서 도구를 다루는 경험은 여러 신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도 연결됩니다.
4 .다양한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해 보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건강을 위한 운동을 기꺼이 참여하게 할 뿐더러 새로운 신체 활동을 접했을 때의 거부감을 줄인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제시한 조건이 너무 판에 박힌 이야기라거나, 저학년 수업에 가능한 것이냐 혹은 실제로 해보고나 이야기하는 것이냐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저도 2017년 1년 동안 1학년 8개 학급을 동아리 수업으로 ‘체육’을 가르쳐 봤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저학년들이 할 수 있는 체육 컨텐츠를 조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한 편으로는 재미있는 수업 경험이 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에듀콜라에 아주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휴재를 한 지난 몇 개월간 개인적으로 아주 바쁘게 보냈습니다. 먼저 2015개정 교육과정 5,6학년 체육교과서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다행히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합격하여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일은 과정평가와 관련된 책을 공동 집필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입 부분의 챕터를 맡게 되었고 그 일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논문을 두 편 써야 했고 한 번의 학술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힘들었고, 졸렬한 수준의 결과였지만 어찌되었건 끝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휴재 기간 동안 가장 재미있던 사건은 학위논문이 엎어진 건데요. 약 1년 반을 써온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엎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도 바쁜 건 매한가지입니다만, 그래도 에듀콜라에 글 쓰는 일은 재개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거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