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체육 수업 루틴 만들기
많은 선생님들은 자신만의 수업 흐름이 있습니다. 수업의 흐름은 오랜 수업 실행으로부터 얻어진 경험에 따릅니다. 수업의 흐름은 결국 미세한 경험들로부터 얻어진 통찰의 결과로 일종의 노하우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노하우라는 것도 관심이 없다면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경험한 것에 대해서 어떠한 의미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면 노하우도 없습니다.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은 체육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체육 수업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학교분위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내용들을 피구나 축구로 대체하는 것이 허용되는 풍토 때문에, 많은 경우 초등학교에서 체육 수업은 관심 밖의 교과로 여겨집니다. 효과적인 체육 수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체육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은 과목 중에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한 과목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들일 여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체육 수업 루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지금 소개하는 루틴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체육수업 시간에 할 수 있는 다양한 루틴 중에 하나일 뿐이고, 실제로는 선생님들에게 맞춰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 쉬는 시간
교실에서 운동장(또는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할 때 줄을 맞춰 이동할 수도 있고 개인별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이 걱정되면 줄을 서서 이동해도 되지만 저는 개인별로 이동하게 하는 편입니다. 다만 체육수업 시간이 신나서 뛰어 오지만 않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2. 게시판 확인하기 -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의 40분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그날 배울 내용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알게 하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오면 교사가 말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내용들을 게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로 수업 시작전에 자율적으로 할 활동들을 안내합니다.
3. 준비활동 - 쉬는 시간~본 수업의 5분 이내
본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반드시 해야하죠. 새천년건강체조나 국민체조로 준비운동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날의 수업에 맞는 활동들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67). 그날 주제가 농구라면 공을 가지고 준비활동을 할 수 있고, 축구라면 공을 가볍게 패스하고 받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날 과제와 관련된 동작을 낮은 수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준비활동의 게시는 수업 장소에 해도 되지만 담임선생님의 체육수업인 경우 교실의 게시판으로 안내해도 됩니다. 준비활동은 교사의 간섭없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합니다. 또, 준비활동은 수업 시작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전, 운동장에 도착하는 순간 게시판 확인 이후 시작됩니다.
4. 수업 안내 - 본 수업의 5분 이내
그날 배울 내용을 안내합니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배울 내용을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간단한 시범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시범이 어려운 경우 운동기능이 좋은 학생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최소한의 내용을 전달하고, 자세한 피드백은 수업 활동 중에 줍니다. 수업 안내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면 준비활동으로 덥혀진 몸이 식을 수 있으니 그날의 활동이나 그날의 학습 방법은 간단히 해야겠지요.
5. 수업 활동 하기 - 본 수업의 25~30 정도
그날 배울 내용을 하도록 합니다. 본 활동의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이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6. 수업 정리 하기 - 본 수업의 5분 정도
우선 정리운동을 합니다. 정리운동은 많이 사용한 근육부위에 대한 정적 스트레칭이 적합합니다. 정리 운동 후 모여 앉아서 그날 배운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봄으로써 학생들이 학습내용을 상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배움의 과정의 느낌이나 생각을 발표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본활동을 수업 종료시간까지 하고 정리 없이 마무리하는데 그날 배운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체육은 몸으로 하는 수업 내지 놀이 시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체육수업으로 인해 아픈지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7. 운동장에서 교실로 - 쉬는 시간
벗어 둔 외투나 실내화 주머니를 챙겨서 교실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그리고 모래 운동장의 경우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옷을 한번 털고 손을 흐르는 물에 씻고 가도록 지도합니다.
세부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간략하게 제 수업 루틴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이 그날의 활동이나 준비활동을 미리 알 수 있게 하고, 수업 전 쉬는 시간까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또, 배울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하고, 수업을 마쳤을 때 아이들이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체육 수업시간에 충분한 움직임 기회를 주고, 체육 수업을 배움의 시간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