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무책임한 체육수업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 (3)
저는 올해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수년간 체육교과전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던 학교였지만 올해부터 '3-6학년 학급 수 총합 6개 이상인 경우 체육교과전담교사를 1인 이상 배치'하라는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6학년 학생들과 체육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근무지는 언듯 체육수업을 하기 좋아보입니다.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 인조잔디 운동장이 있고 그 주변은 우레탄트랙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다용도로 사용하는 실내 체육관도 있습니다. 비가 오면 갯벌체험(?)을 하고 눈이 오면 아이스링크가 되는 이전 근무지보다 훨씬 좋아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학교에 오면서부터 가뜩이나 바쁜 보건실이 더 분주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발목이나 무릎이 뻐근하다고 보건선생님을 찾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하네요. 제 수업에 큰 문제가 있었나봅니다. 저는 수업 때 아이들의 체온을 높이고 관절과 근육을 잘 풀어줍니다. 수업 내용 역시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과제를 적절한 양으로 다루고 정리 운동도 하고 적절히 숨돌릴 시간도 주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이 학교에서 한 학기 넘게 수업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 끝에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 제대로 달려보지 못해서'였습니다. 피구나 간단한 놀이수업, 낮은 강도의 줄넘기 수업이 주가 되다 보니 50미터 이상 전력질주를 해 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이렇게 '빡세게' 하자는 건 아니다. 평양 연광중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철봉으로 체력단련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unikorea21.com/?p=6159)
무책임한 체육수업은 우리 존재의 정당성에 대한 치명적인 자해행위일 뿐만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신체 활동 역량에도 해가 됩니다. '요즘 학생들이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졌다'는 식의 뉴스가 몇년에 걸쳐 반복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지만 20년도 더 지난 제 초등학교 시절 체육수업과 지금의 체육수업을 비교하면 흥미 있는 놀이의 종류는 많아졌지만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신체활동은 많이 줄었습니다. 또, 그당시에 북적이던 운동장에 비해 공간도 많이 비어있습니다. 다른 교육은 발전하고 있는데 체육은 더 퇴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많은 양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체육수업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스포츠강사들의 무기직화가 무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건과 관련된 논쟁은 초등교사와 스포츠강사들의 수업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 곳에 있을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추적인 기능은 교육이기 때문이지요. 일부 스포츠강사들이 단독 수업권을 요구하고 초등체육교사라고 명칭을 바꿔달라고 주장했던 이유는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포츠강사들에 의한 체육수업에 대한 분쟁은 무기직화가 무산됨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그것이 우리들이 지금 하고 있는 체육수업이 옳아서가 아님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수업권에 대한 분쟁은 언제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합니다.
세 번에 걸쳐 나누어쓴 글을 통해 2017년 상반기를 일렁이게 한 스포츠강사 분쟁을 둘러싼 교사의 수업 책임감에 의문을 던져봤습니다. 어쩌면 많은 선생님들을 거북하게 만든 이 주제에 대한 글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가 책임감 있는 체육수업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배움을 보장하고 우리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사양성기관이나 현장의 환경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지요. 그럼 바꿉시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번잡함을 극복하며 수업으로 실천하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