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체육잡설] '체육수업'이 엉망으로 진행되는 이유
수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 또는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글에서는 수업에 대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학습 분위기'라고 정의내리고 싶습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의 체육수업에 대한 것이라면 학습분위기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학습분위기는 다수의 아이들이 인식하는 체육수업에 대한 관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주위의 많은 선생님들이 체육수업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체육수업 시간에 뭔가 시도하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체육수업 중에 나타나는 골칫거리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몇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농구를 하는데 몇몇 아이들만 공을 주고 받는다. 나머지는 들러리가 된다.
- 체육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일부는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 뭔가 설명을 하려는데 떠들거나 장난을 친다. 때로는 흙장난을 한다.
- 체육수업이 하기 싫다고 하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 수업 중에 양보하거나 배려하지 않는다.
- 체육수업 게임의 승패, 결과에 집착한다.
- 친구의 잘못을 가지고 나무란다. 말다툼을 하거나 주먹다짐을 한다.
- 체육수업시간이 끝났는데도 그 시간에 발생한 갈등이 지속된다.
- 뭔가 해보려고 하면 자꾸 피구나 축구를 하자고 한다.
체육수업을 하다보면 이것 말고도 참 많은 문제들을 겪게 됩니다. 각각의 사례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해결 방법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인 원인은 한 가지이고, 해결 방법도 명료합니다. 오늘의 글을 과장하자면 '체육수업이 엉망이 되지 않게 하는 비법'쯤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체육수업을 엉망으로 만드는 많은 문제들은 체육수업을 수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것은 아이들뿐만아니라 일부의 선생님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입니다. 잠깐 밖에 나가서 바람쐬는 시간이나 교실 밖에서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가 기대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체육수업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배우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선생님들께서 체육수업을 '수업답게' 운영하고 싶으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체육수업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나타나는 잘못되니 인식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체육수업의 내용은 목적없는 놀이'이라는 인식, 또 다른 하나는 '체육수업의 활동은 경기'라는 인식입니다.
체육수업을 노는 시간 쯤으로 생각하게 되면 몇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일 먼저 선생님이 설명할 때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습니다. 했던 설명을 세번 네번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선생님 목이 아프고, 다른 피드백을 할 시간을 빼앗깁니다. 또다른 문제는 딴 짓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나타납니다. 배워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없다면 신체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대충 참여하게 되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수업을 마치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수업이 노는 시간인 줄 알게 되면 아이들이 자꾸 피구나 축구를 하자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 익숙하고 흥미가 있는 활동만 요구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했던 것을 '또해요'라고 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 걸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말에 넘어가면 해야 할 것을 놓치게 됩니다.
체육수업의 활동을 경기로 착각하는 것도 많은 문제를 낳습니다. 이러한 착각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따지다보니 온갖 갈등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무슨 문제인지 구체적인 장면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축구를 할 때 잘 하는 아이들끼리만 공을 차지하고, 그냥 나머지는 서있게 됩니다. 그러다 한 골이라도 먹히게 되면 서 있던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냅니다. 욕이 오갈 수도 있고 밀치거나 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실점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쓴 아이는 신체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신체 활동에 대해 아이들로부터 소외되거나 스스로 고립시킬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지기라도 하면 경기 결과에 따른 여파가 교실까지 이어집니다. 교실에 와서도 실수를 한 친구를 구박합니다. 이런 경우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체육수업은 배우는 시간이다'라는 인식을 심는 것으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체육수업이 배우는 시간이라면 아이들은 배울 것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게 됩니다. 또, 함께 배우는 것의 가치를 내면화함으로써 친구에게 공을 양보하고, 격려하고, 심지어는 친구가 배우는 것을 도울 것입니다. 교사가 준비한 체육수업 내용에 대해 불만을 갖는 아이들도 줄어들고, '이번 시간에 뭐하고 놀아요?'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배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게임의 결과에 얽매이는 아이들이 줄어듭니다. 사실 체육활동의 경쟁적 요소는 더 잘 배우게 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경쟁과 경기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육수업에서 경기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배움입니다. 아이들에게 7 대 0으로 이기는 것보다 3 대 2로 이겼을 때 더 많은 배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겼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 만큼 졌을 때 얻어지는 배움도 가치가 있음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꿀팁을 기대하신 선생님들이라면 제 방법이 뜬 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쓴 바와 같이 저는 분위기로서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살피고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기초 수업에서부터 장기간에 걸쳐 아이들에게 체육수업을 '배움'의 시간이라고 지도한다면, 구체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성의있게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면 분명 수업 중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수업 분위기라는 것이 한 번에 개선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아주 오랜 경험을 통해 체육수업은 노는 시간이며 이기는 것이 최고라는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시간을 기울여야 하겠죠. 장기간에 걸쳐 느긋하게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교사가 지향하는 가치는 아이들에게 내면화됩니다. 분명한 체육수업에 대한 관점을 견지한다면 체육수업 분위기도 반드시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