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4탄] 1. Prologue
신학기의 학교는 바쁘다. 학급의 시작, 각종 업무 계획, 행사 등, 말 그대로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학부모 상담 주간’. 이 기간이 되면 교사들은 ‘제발 많이 신청하지 않기를.’이라고 바란다. 바쁜데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아쉬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를 만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다. 넓은 교실에서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 하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래서 ‘방문 상담'에 동그라미가 쳐진 회신서를 보면 푸념하게 된다. ‘전화 상담만 해도 충분할 텐데……’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의 성장을 돕고 지원하는 하나의 팀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우호 관계가 아닌 강제에 의해 맺어진 이 팀은 어색하고 위험하다. 팀의 표면적 목적은 같지만 각자의 목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아슬아슬하다. 등지기도, 아부하기도 애매한 관계, 그 아찔한 줄타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글의 방향]
1. 3탄을 전제로 한다.
1탄에서는 학생의 대화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방법, 3탄에서는 교사가 학생과 소통하는 방법을 다루었다. 팁 수준의 것도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다룬 것도 있었다. 이번 시리즈 또한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다른 면도 있지만 본질적인 면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중복되는 내용은 다루지 않으려 한다. 1, 3탄을 먼저 읽은 뒤 이 시리즈를 본다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2. 교사 - 학부모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양상만 두고 본다면 결국 성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교사가 학부모와도 잘 소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교사와 학부모 관계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한 이익 관계나 사교 관계가 아니다. 학생이라는 강력한 매개를 둔 강제적 협력 관계이다. 비자발적으로 맺어졌으며 일정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의 접촉이 발생한다. 서로에게 취할 수 있는 스탠스가 다양하지만 통념을 깨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정치적이고 상호 작용의 스팩트럼이 넓다. 이런 특수성들을 고려한 이야기들을 할까 한다.
3. 메뉴얼이 아닌 팁과 조언을 담는다.
앞의 시리즈들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메뉴얼들을 많이 담았다면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할까 한다. 대화 자체가 메뉴얼화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조심스러운 관계의 성인 끼리 하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대화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인데 성인은 아이들 만큼 솔직하지 못하다. 각자의 욕구와 동기가 다르고, 그것들이 뒤엉켜 대화의 방아쇠가 된다. 따라서 ‘이렇게 하면 학부모가 내 말을 잘 듣는다.’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접근하면 어떨까요?’로 나아갈 것이다. 그 맥락을 읽고 적용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