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3탄] 5. 칭찬 대신 고마움 한 스푼
앞의 글에서 칭찬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칭찬이란 결국 긍정적 평가를 위한 도구이므로 한계가 명확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칭찬이 난무하는 이유는 쉽고, 편하고, 대체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그렇다면 칭찬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마움 표현하기>>
1. 고마움이란?
‘고맙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이다. 통상적으로 상대방이 행동으로 내가 구체적인 이득을 봤을 때 사용한다. ‘감사하다’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혹자들은 ‘감사하다’를 더 정중한 표현으로, ‘고맙다’는 비교적 가벼운 상황에서나 동등한 관계 이하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맙다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왜냐하면 감사하다의 어원은 일본어 ‘간샤’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고맙습니다의 어원은 ‘고마’인데 신, 존경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그래서 ‘고맙다’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고마움은 칭찬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피드백에 사용되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해 평가하는 말이고 고마움은 상대방에 의한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차이는 무척 크다. 칭찬을 받은 사람은 상대에게 평가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것은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고마움을 들은 사람은 내가 평가 받는 게 아니라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더 그 행동을 자발적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쯤 되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도 고마워하고 싶지. 그런데 도통 고마워할 짓을 해야 말이지. 험한 말이나 안 나오게 하면 다행이게.’
일리가 있다.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정 피드백이 5:1 정도의 비율을 이뤄야 한다고 한다. PDC에서는 좌절된 학생은 가장 격려받아야 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고마워 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래서 고마움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Level을 나눠 보았다.
2. Level 1 : 원래 있는 것 고마워하기
가장 쉬운 단계는 학생이 원래 가진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외모, 신체적 특징, 소유물, 자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달리기를 잘해서 고마워.”
“선생님 반이어서 고맙다.”
“너의 큰 키가 고맙다.”
“잘생겨서 고맙네.”
‘아니, 이런 게 왜 고마워? 걔가 달리기를 잘하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점이 칭찬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다. 쉽게 생각하기에는 학생이 우리 반이 된 것도, 키가 큰 것도,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교사인 내가 고마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 학생이 우리반이여서 함께 공부할 수 있고, 키가 커서 높은 곳에 있는 걸 내려줄 수 있고, 달리기를 잘해서 우리 반 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것들 모두가 고마워 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재 자체가 고맙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긍정적인 패러다임이다. 세상만사가 당연하게 보면 다 당연해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당연한 게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사소하고 근본적인 것에서 고마움을 받는 학생은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겠지만 점차 자존감이 올라가고 교사에 대한 호의가 쌓이다.
3. Level 2 : 학생의 행동 / 노력 고마워하기
두 번째 단계는 학생의 행동이나 노력을 고마워하는 것이다.
“칠판을 지워줘서 고마워.”
“오늘도 청소를 빠지지 않고 해줘서 고마워.”
“웃으면서 인사해줘서 고마워.”
Level 1과 달리 행동이나 노력은 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변할 수 있는 변수이다. 자신의 행동이 교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학생은 점차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어쩌면 그 행동을 자발적으로 더 하고 싶어질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 / 노력인지 기술하기 때문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더 명확하고 분명하다. 다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위의 예시 문장에서 ‘고마워’를 모두 ‘잘했어’로 바꿔 보자. 문장이 성립한다. Level 2는 ‘구체적인 칭찬’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고마워하면 학생이 이 행동을 더 하겠지?’라는 의도를 가지고 하면 학생은 교사의 고마움을 믿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잘했다’는 건 평가이고 ‘고마워’는 교사의 마음 상태에 대한 표현이다.
4. Level 3 : 학생의 행동 / 노력 + 나에게 미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영향
세 번째는 학생의 행동 / 노력과 더불어 그 행동이나 노력이 나에게 미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영향까지 말해주는 것이다.
“칠판을 지워줘서 고마워. 덕분에 선생님이 수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었어.”
“오늘도 청소를 빠지지 않고 해줘서 고마워.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해야 돼서 힘들었을 거야.”
“웃으면서 인사해줘서 고마워. 그바람에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되었네.”
사람은 관계가 무척 안 좋지 않은 이상은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행동을 더 실천하고 싶어진다. 굳이 Good boy complex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그 어떤 찬사보다 더 강한 마음의 신호이다. 이 방법은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평소에 자주 활용한다면 좋은 관계를 위한 예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문장이 길어지고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번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자주 활용할수록 고마움을 표현하는 교사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그 이미지는 학생들에게 교사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시키게 된다. 어렵더라도 활용할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5. 어떻게 실천할까?
백번의 생각보다는 한 번의 실천이 낫다. 하지만 바쁜 일과 속에서 고마움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의 행동을 바로 잡고자 훈계를 하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자책하고 한 숨 쉬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막연히 ‘앞으로 고마움을 많이 활용해야지.’ 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1) 하루에 한 명
하루에 한 명의 학생을 마음속으로 정한다. 그리고 횟수를 정해 일과가 끝나기 전에 그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이 녀석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면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고, 관찰할수록 고마워할 거리들이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고마움이 많이 필요한 학생은 더 자주 하면 좋은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2) 즉각적으로 사용하기
일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 수업을 하다 고마워할 일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고마움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공개적인 활용이라 학생의 자존감은 더 올라가게 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교사의 모습 자체가 학생들에게 모델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3) 메시지 활용하기
즉각적으로 고마워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순간적으로 놓치기도 하고 바빠서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메시지를 활용해서 후에라도 고마움을 표현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침마다 칠판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는데 거기에 고마움을 많이 표현한다. 또는 일기 답글에 표현하거나 포스트잇을 활용해 간단하게 적은 뒤 사물함이나 책상에 붙여주는 것도 좋다. 소소한 노력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것이다.
4) 학교 밖에서 연습하기
고마움을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익숙해져야 한다. 익숙해지는 데는 바른 방법으로 많은 경험을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학생들에게 한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고마움을 자주 활용해보자. 특히 동료나 가족들에게 활용하다 보면 눈에 띄게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익숙한 사람들인지라 처음에는 나의 고마움에 어색해하거나 민망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민망함을 이겨내면 행복이 찾아온다. 돈독해지는 인간관계는 덤이다.
칭찬의 대체로 고마움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마움이 효과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일 것이다.
‘가장 큰 효과는 교사인 내가 학생들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거야.’
부작용을 찾을 수 없다는 웃음 치료처럼 부작용을 찾기 힘든 고마움의 세계에 발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