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6. 고.인.돌
‘보들 말하기’로 평가적인 말의 부작용을 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말하기 중에서 ‘긍정적인 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상대를 칭찬하거나 고마운 점을 이야기 하는 활동을 할 기회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 걸 쑥스러워 하고 낯설어 한다.
그리고 몇몇은 ‘형식적으로 말한다고 관계가 좋아질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당연히 형식적으로 하는 건 효과가 없다. 하지만 그 말이 ‘형식을 갖춘 것 = 진심이 없음, 진심을 담는 것 = 무형식’이라고 귀결되지는 않는다. 웃기지 않아도 웃었더니 웃겨서 웃을 때와 비슷한 생리적 효과를 낸다고 하지 않던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고마워하는 표현도 해봐야 잘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다소 형식적이라고 느껴질지라도 꾸준히 해볼 만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고.인.돌]
고.인.돌은 ‘(고)마워하면 (인)정하고 (돌)려주기’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사실 이 활동은 ‘감사 나누기’, ‘칭찬, 인정,감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비슷한 형태의 활동들이 있다. PDC에서도 대표적인 활동이며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그러하다.서로 칭찬하는 것은 그 딱딱한 군대에서도, 회사 워크샵에서도 하는 활동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실제로 활용하면서 했던 생각, 의문, 고민을 풀었던 과정을 담아볼까 한다. 다음의 활동은 PDC의 ‘감사 나누기’를 기반으로 하되 변형하여 활용함을 미리 밝힌다.
*준비 : 토킹 스틱(장난감 마이크, 인형, 공 등)
1. 원으로 앉기
하나의 방법이 있겠냐만은 고마움을 나누기 위해서는 원으로 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원으로 함께 앉으면 거의 모든 친구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몸을 조금만 틀면 자연스럽게 시선 교환을 하며 대화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평등한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물리적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죽하면 볼펜을 입에 물어 웃는 입모양을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듣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겠는가? 모서리도, 처음도, 끝도, 위·아래도 없는 원은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배치이다. 그래서 옛날 인디언들은 원으로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따라서 교사도 그 원의 일부가 되어 앉는 것이 좋다. 가끔 진행을 하기 위해, 혹은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교사는 원 밖에 빠져 선 채로 진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확실히 대화가 균등하게 분배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이 원에서 이야기가 오갈 때도 밖에서 지켜보는 교사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으로 앉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교실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의자로 원 모양으로 만들어 앉기를 더 추천한다. 바닥에 원으로 앉으면 집중력이 약한 학생들은 생각보다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2. 고마움 표현하기
지난 시간 동안(보통 지난 고.인.돌을 한 뒤에) 고마웠던 친구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고마웠던 일을 말하고 고마움을 표현한다.
*학생1 : OO아, 쉬는 시간에 나랑 같이 딱지놀이를 해줘서 고마워 *학생2 : OO아, 저번에 미술 할 때 지우개를 빌려줘서 고마워 *학생3 : 선생님, 수학 놀이로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
순서는 교사가 한 명을 정하면 그 사람부터 시작해서 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 때 토킹 스틱을 이용한다. 토킹 스틱이란 인디언들이 대화를 할 때 사용했던 큰 지팡이인데 이 토킹 스틱을 가지 사람만 말을 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경청하고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 토킹 스틱은 정하기 나름이다. 장난감 마이크나 인형, 혹은 플라스틱 나팔, 공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3. 인정하기
고마움을 받은 학생은 먼저 그것을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인지 겸양지덕을 참 높은 가치로 여긴다. 물론 겸손한 것은 훌륭하지만 겸손하기 위해 ‘아냐, 안 그래.’라고 해버리면 자칫 상대로 하여금 ‘내가 고마워하는 마음이 잘 전달이 안 된 건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는 건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고마움을 받으면 꼭 인정하게 한다.
인정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정’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혹은 손으로 하트를 그리거나 오케이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아니면 장난스럽게 ‘내가 좀 잘했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상대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음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4. 돌려주기
고마움을 받았으면 그 마음을 돌려준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기껏 표현했는데 막상 반응이 없으면 조금은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돌려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친구에게 자신이 고마운 것을 말해도 되고 ‘나도 고마워.’라고 해도 된다.
간단하면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은 이것이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쁘네. 나도 고마워.’ |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고 고마움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5. 다지기
활동 후 간단한 멘트는 활동의 효과를 배가 시킨다.
*교사 : 오늘 활동을 해보니 어땠나요?
*학생 : 기분이 좋았어요 / 조금은 쑥스러웠어요 / 저도 고마움 받고 싶어요 등
*교사 : 그래요, 그런데 고마움을 못 받은 친구가 있을 수도 있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학생 : 다음에는 고마움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줘요.
*교사 : 어떻게요?
*학생 : 특별히 그 친구에게 고마운 점을 미리 생각해봐요.
*교사 : 그러면 그 친구도 함께 즐거울 수 있겠네요.
*학생 : 저는 그 친구도 고마움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 : 어떤 노력일까요?
*학생 : 다른 친구들이 고마워할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교사 : 예를 들면요?
*학생 : 누구를 도와준다든지, 친절하게 말한다든지 등이요.
*교사 : 그렇네요. 사실 이 활동은 많은 고마움을 받으려고 경쟁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따뜻해지고 가까워져서 더 행복한 우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죠.
4년 정도 이런 활동을 해보았다. 다양하게 변형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의문도 들었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Q. 왜 칭찬이 아니라 고마움인가?
처음에는 칭찬을 했다.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해서 우리 학급을 춤추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일이 학급에서 일어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학생1 : OO이를 칭찬합니다. OO이는 제가 목마를 때 물을 잘 주기 때문입니다. *OO : 그래, 고마워 (며칠 뒤) *학생1 : 야, 나 물 좀. *OO : 나 마실 것 밖에 없어. *학생1 : 와, 치사하게. 내가 너 물 잘 준다고 칭찬도 했는데. 완전 치사하네. |
아마 칭찬을 하던 그 순간에는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이란 ‘네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좋아.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하도록 해.’라는 마음이 조금은 깔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가 내 기대와 다른 행동을 했을 경우 자기도 모르게 섭섭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그렇다. 엄연히 말하면 칭찬이란 긍정적인 ‘평가’인 것이다. 이걸 듣는 사람은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다음 상황을 상상해보자.
김선생은 어쩜 그렇게 컴퓨터를 잘 해? 엑셀 정리 부탁한 걸 참 빨리 하는구먼.실력이 아주 뛰어나! |
관리자가 위와 같은 칭찬을 했을 때 순수하게 ‘와, 나의 실력이 인정받는구나!’라고만 생각이 들까? 혹시 ‘뭐지? 엑셀 정리 또 시키려는 건가?’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까?
이에 반해 고마움은 상대의 행동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니가 잘했어.’라는 평가는 없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훨씬 적고 순수한 의도가 잘 전달된다. 이걸 묶어서 학생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칭찬 Level 1. 있는 것 칭찬하기
상대가 원래 가지고 있는 특징, 성격 등을 칭찬하는 것이다.
*OO이는 착하므로 칭찬합니다. *XX이는 친절하므로 칭찬합니다. |
칭찬 Level 2. 행동 칭찬하기
상대의 구체적인 행동이나 말을 칭찬하는 것이다.
*OO아, 지난번에 무거운 내 가방을 들어줘서 고마워. *XX이는 수업 시간에 모르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도와줘서 칭찬합니다. |
칭찬 Level 3. 고마움 : 나에게 미친 영향 이야기하기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내가 고마워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OO아, 지난번에 무거운 내 가방을 들어줘서 고마워. 사실 팔이 아팠는데 덕분에 팔이 더 아프지 않을 수 있었어. *XX이는 수업 시간에 모르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도와줘서 이제 그 문제를 푸는데 자신감이 생겼기에 칭찬합니다. |
그럼 감사랑 같은 거 같은데 왜 굳이 고마움이냐? ‘감사’라는 말의 어원이 일본어라고 해서 순우리말인 고마움을 사용하는 것이다.
Q. 고마워할 게 없다는 학생은 어떻게 하나?
처음에 할 때 꼭 몇 명 씩 있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으면 그럴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언제 고.인.돌을 할지 안내하고 미리 생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진짜 얘들은 고마운 점이 하나도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인식의 효과에 관한 아래 동영상을 본 뒤 ‘사람은 보고자 하는 대로 보기 마련이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납득하고 열심히 준비를 한다.
카드 체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v3iPrBrGSJM
Q. 생각하느라 시간을 끄는 학생 때문에 시간이 모자란다면?
토킹 스틱이 왔을 때 생각을 하지 못해 시간을 끄는 학생들이 있다. 이럴 때는 미리 ‘패스’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 좋다.생각이 나지 않으면 자유롭게 패스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패스를 하면 한 바퀴를 돌고 다음에 다시 토킹 스틱이 왔을 때는 꼭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정 떠오르지 않으면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가장 공감되거나 비슷한 것을 이야기해도 좋다.
Q. 고마워하는 거야, 놀리는 거야?
가끔 고마운 ‘척’하며 놀리거나 비난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오늘은 나를 때리지 않아줘서 고마워.’
‘웬일로 청소를 도와줘서 고마워.’
이런 말이 나오면 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욱!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욱!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렇게 말하는 학생들 중 다수는 관심을 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묵과하고 넘어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따뜻하고 뿌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미리 학생들에게 당부를 하는 것이 좋다.
고마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고마웠다는 걸 알려 줌으로써 상대도 행복해지게 하는 게 목표라는 거죠. 따라서 내가 고마움을 표현했을 때 상대가 행복하지 않거나 오히려 불편하다면 이 활동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걸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들어도 행복할 말일지, 선생님께도 똑같이 할 수 있는 말일지 생각해보면 될 듯해요. 부탁합니다. |
Q. 결국 인기투표가 되는 건 아닌가? 고마움을 받지 못하는 친구는?
교사들은 친한 친구나 인기가 많은 친구에게 고마움이 쏠릴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평가는 공정하고 정당하다. 이 활동의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인데 학생들이 점차 행동과 그 사람을 분리해서 인식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몇 명에게, Level 1 정도의 칭찬이 많다. 하지만 여러 번 하면서 칭찬의 Level이 높아지고 특정 학생에게 편중되는 현상이 사라기지 마련이다.
그렇다면 고마움을 받지 못하는 친구는 어떡할까? 의외로 이 활동에서 고마움을 받지 못하는 게 학생들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럴 때는 교사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첫 번 째는 칭찬 샤워나 마니또 게임 형식을 통해 그 친구도 의무적으로 칭찬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 째는 학급에서 영향력이 큰 친구에게 슬쩍 부탁하는 것이다.
세 번 째는 교사가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네 번 째는 학생들에게 이 활동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모든 친구들이 고마움을 받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마움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해지면 토킹 스틱을 순서대로 돌리지 않고 고마움을 받은 사람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도 좋다. 이 때는 푹신한 공을 토킹 스틱으로 사용하면 다음 사람에게 던질 수 있어 재미와 흥미가 더한 활동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달콤한 고.인.돌’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대화나 활동을 한 직 후 달콤한 것을 먹으면 앞의 활동 /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고마움을 표현할 때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초콜릿, 사탕 등을 준비해 고맙다고 한 뒤 상대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재미도 있고 효과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
3. 경청을 해야 하는 이유
4. 경청 만들어가기
5. 보들 말하기
6. 고.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