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4. 경청 만들어가기
‘의사소통 게임’을 통해 경청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보았다.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후속 행동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할 때는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인지적 수준의 판단을 자극하지만 느끼게 되면 ‘그렇게 행동하고 싶다.’는 실천적 수준의 판단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엔진은 충분히 달구어 졌다. 이제 달구어진 엔진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달려.’라고 알려주고 끝낼지, 아니면 신나게 길을 향해 출발할지는 그 다음 접근에 달려 있다.
과거의 교육과정에서는 앎이 실천을 보장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편의적인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앎이 실천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쪽이 더 진실에 가깝다. 그 옛날 유학에서 지행합일을 강조한 점이나 최근 일어나는 소위 고학력자 혹은 지적 상류층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서 어떻게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나의 비책은 없다. 다만 더 나은 방법들이 있고 필요한 교사의 생각 전환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경청의 모습 만들기]
본 활동은 활동 자체는 어렵거나 새롭지 않다. 다만 활동의 필요성, 유지 방법이 중요하다.
*준비 : 포스트잇, 8절지(또는 4절, 혹은 A4)
1. 도입하기
*교사 : 우리는 의사소통 게임을 통해 경청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여러분이 만일 교실에 왔는데 친구들이 전혀 경청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학생 : 속상해요 / 말하기 싫을 것 같아요 등
*교사 : 그럼 경청하는 학급이 좋은 거네요?
*학생 : 네.
*교사 : 그런데 이제 선생님이 ‘앞으로 경청 하세요.’라고 하고 수업을 끝내면 우리 반 모두가 항상 경청을 하게 될까요?
*학생 : 아니오 /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등
*교사 : 왜 그럴까요?
*학생 : 경청을 안 하는 친구들은 그래도 안 해요 / 까먹어요 등
*교사 : 여러분의 생각도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또 다른 이유를 하나 보여줄게요. OO아, 선생님한테 부탁하고 싶은 말을 한 번 해볼래요? 선생님이 들어볼게요.
*학생 : 선생님, 체육 시간에 피구해요. 피구하고 싶어요. 진짜 재미있거든요.
*교사 : (다른 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장난을 한다. 대신 말하는 친구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는다.) 자, 여러분, 선생님이 경청 했나요?
*학생 : 아니오 / 딴 짓 하셨어요 등
*교사 : 아니에요, 선생님 다 들었어요. 말해볼까요? OO이는 체육 시간에 피구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유는 진짜 재미있기 때문이고요.
*학생 : 헐…….
*교사 : 그런데 여러분은 선생님이 경청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어째서죠?
*학생 : 다른 곳을 쳐다보셔서요 / 안 들으시는 줄 알았어요 등
*교사 : 네, 사실 선생님이 한 건 들은 거지 경청이 아니에요. 그냥 들은 거죠. 경청은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내가 열심히 듣고 있어.’라고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는 평소에 들을 뿐 경청을 하지 않아서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겁니다.
2. 경청의 모습 브레인스토밍
*교사 : 그럼 지금부터 두레(모둠) 내에서 경청의 모습을 브레인스토밍 하겠습니다. 다음의 방법을 따라서 진행해주세요.
1)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경청의 말이나 행동을 포스트잇에 적거 자기 책상에 붙인다.
2) 시간이 지나면 두레 내에서 붙은 내용에 대해 토의한다.
3) 모두 동의하는 내용을 칠판에 붙인다.
*교사 : 이 때 주의할 점은 구체적으로 보이고 들리는 말이나 행동으로 적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듣기’는 내가 하고 있는지 아닌지 상대방이 알지 못하겠죠?
*학생 : (브레인스토밍 한 내용을 칠판에 붙인다.)
3. 경청의 모습 결정하기
*교사 : 우선 이렇게 많은 의견을 내주어서 고마워요. 그만큼 우리 반이 경청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하나하나 볼게요. 첫 번 째, ‘친구가 말할 때 눈 쳐다보기’ 어때요? 경청의 모습인가요? 동의하면 양손을 하늘, 잘 모르겠다 생각하면 아래로. 하나, 둘, 셋! 네, 그럼 이 의견은 채택할게요.
(반복해서 결정한다.)
4. 롤플레잉
*교사 : 그럼 우리 반 경청의 모습이 결정 되었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한 번 하면서 익혀 볼까요? 일대일로 짝을 짓고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요. 먼저 첫 번 째, ‘말하는 친구의 눈 쳐다보기’. 이거 한 번 해볼게요. 한 명이 이야기 하면 다른 한 명이 눈을 쳐다봅니다. 시~작!
*학생 : (말할 때 눈을 쳐다본다.)
*교사 : 말을 한 친구들은 느낌이 어떤가요?
*학생 : 왠지 존중받는 기분이에요 / 기분이 좋아요 등
*교사 : 상대가 잘했다고 생각되면 동그라미, 연습이 필요하면 가위. 하나, 둘, 셋!
*학생 : (실시)
*교사 : 그럼 이렇게 하면 될까요?
*학생 : 네.
*교사 : 그럼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서 다음 걸 해볼게요.
(반복한다.)
5. 다지기
*교사 : 우리 반 경청의 모습은 도우미가 잘 정리해서 교실 벽에 붙였습니다. 이 경청의 모습을 누가 정했나요?
*학생 : 우리가 함께 정했어요.
*교사 : 네, 맞아요. 이걸 그냥 장식품으로 만들지, 아니면 경청하는 교실을 만드는 마법의 주문으로 만들지도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비법은 바로 실천하는 거죠. 오늘 활동을 하고 느낀 점을 생각 노트에 적어보세요.
Q. 경청의 모습을 만들었는데 잘 지켜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 부분은 비단 경청 뿐 아니라 많은 교육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주변에서 연수나 책을 통해 민주적 학급 살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접한 후 학급에 적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예를 들어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학급 규칙을 만드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그 후 학생들이 학급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그러면 교사는 참는다. 그러나 이게 반복되면 ‘역시 이런 건 책에서나 가능해.’라고 판단하고 다시 힘을 행사하는 교사로 돌아간다. 이런 악순환은 학생들의 민주적 자질을 기르는데 오히려 해가 되기 마련이고 교실은 더욱 경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학생을 꼭 참여시킨다. 이 때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 마음대로 정하는 것도 아니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으로써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학급공동체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권리 없는 곳에 과세 없다.’고 했던 미국인들처럼 ‘결정권 없는 곳에 책임 없다.’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지속적인 활용이다. ‘이렇게 정해졌으니 지키자.’라는 훈계가 100% 통하는 학급은 마치 우리들의 여자 친구와 같은 곳이다.(상상 속에만 존재하니까.)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용해야 정해진 내용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방법들이 있다.
1) 하루를 시작할 때 우리 반 경청의 모습 한 번 읽어보고 하나를 정해서 오늘 실천하기
2) 마칠 때 “오늘 우리 반 경청의 모습을 자신은 얼마나 잘 실천했나요? 손가락 점수로 자기평가 해봅시다. 내일은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자기평가하기
3) 실천 게임하기
(1) 우리 반 경청의 모습 내용을 일주일 동안 열심히 실천하기. 그리고 실천한 내용을 상대에게 체크 받기. 체크의 개수를 두레 별로 합산해서 점수 정하기
(2) 실천 내용 카드를 만들어 나누어 가짐. 하루 동안 카드 내용을 열심히 실천하고 마칠 때 그 친구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맞히기
셋째, 교사의 모델링이다. 정한 내용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도 지킨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이 말할 때 중간에 끊으면서 “경청하라고 했잖아!”라고 하면 학생은 당연히 따르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말한 대로가 아닌 행동한 대로 배운다는 걸 잊지 말자.
넷째, 처벌이 아닌 문제해결로 접근한다. 만일 경청을 하는 방법을 정하고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학생들이 지키지 않으면 교사는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이 때 왜 속상한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가 속상한 이유는 학생들이 경청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농구 경기에서 골밑 공략이 번번이 실패한다고 화를 내고 있다면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얼른 외곽 슛을 살리거나 스크린을 거는 등 전술의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처벌, 혹은 힘의 사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경청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을 잊고 ‘어떻게 우리가 정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어?’라는 이유로 화를 내고 속상해한다. 결국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또 다른 영역의 도덕적 훈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약속을 지키는 것이나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다만 다른 문제에서 확장되어 인식하게 되면 훈계, 혹은 처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만 집중하고 해결하자. 도덕적 비난이나 훈계를 덧대지 말자. 그 부분은 따로 공부하고 생각해볼 문제이다.
다섯째, 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교실 공동체에서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당연히 문제해결이나 책임과 동등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 교사 혼자 문제를 짊어지지 말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교사 1의 머리 보다는 교사 1 + 학생 25의 머리가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당연한 계산이다. 다만 이 때, “너희가 스스로 한 약속이 하나도 안 지켜지잖아! 어떻게 할 건지 대답해 봐!”식의 윽박이나 비난(정확하게 말하면 I 메시지에 반대되는 You 메시지)은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다. “우리가 정한 경청의 약속이 안 지켜져서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선생님 아프다. 그런데 선생님 혼자는 해결책을 못 찾겠네. 어떻게 하면 좋겠니?” 이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학생들이 교사를 우습게 볼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고 적극적으로 돕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Q. 교사가 바라는 경청의 모습도 있는데 그 내용이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안 나오면 어떡하나?
다시 말하지만 교사가 일방적으로 참는 게 아니다. 교사도 학생들과 동등한 의사결정권자이므로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교사의 말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므로 학생들의 생각을 다 모은 뒤 마지막에 추가하고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는 편이 좋다.
고학년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학생, 교사들이라면 경청의 모습을 이미지화 하는 것도 좋다. 큰 사람을 한 명 그린 뒤 신체 부위별로 경청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든지 만화 형식이나 비쥬얼씽킹으로 나타내면 훨씬 각인이 잘 되고 그 자체로도 예쁜 환경 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
3. 경청을 해야하는 이유
4. 경청 만들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