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2. 말의 힘 느끼기
앞의 글에서 방법이 없는 진심은 외롭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접근하고자 한다. 여기서 미리 말하고 싶은 것은 관계속의 문제, 혹은 상황이 칼로 무 자르듯 나뉠 수 없으며 ‘A문제 => A정답’이라는 수학적인 계산은 불가능하다는 걸 전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PDC든 심성놀이든 ‘아, 이거 좋은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무작정 학생들에게 쏟아내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 ‘이런 부분에 활용하면 괜찮다.’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소개할 것들은 단순히 컨텐츠 전달이 아니라 교실 속에서 최소한 일 년 이상 활용해보고 가지치기한 것이다. 다만 ‘라온제나’라는 교실에서 적용한 경험이 주이니 마스터키가 아니라 템플릿 정도로 생각하고 마음 것 뒤집고 자르고 덧붙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크게 이런 범주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관계의 주체를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학생-학생의 관계’, ‘교사-학생의 관계’, ‘교사-학부모의 관계’로 나누었다. 이 중 가장 빈도수가 높고 중요한 ‘학생-학생의 관계’를 먼저 다룰 생각인데 그 또한 문제 발생 전, 문제 발생 후, 문재 해결 후로 나누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문제 발생 => 해결’이라는 행동주의적 관점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게 전혀 아님을 밝힌다. N.Q가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극대화되는 건 건전하고 민주적인 학급 문화에서만 가능하다. 다만 그 문화라는 게 집단적 성격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기에 개개인의 N.Q 능력을 함양시키고자 함이며(문화 만들기는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룰 주제이다.) 그 능력이란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 사고양식을 요구하므로 편의상 이렇게 분류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부터 먼저 다룰 영역은 문제(여기서 문제는 학생-학생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미한다.)가 발생하기 전 ‘대화능력 키우기’이다. 그 중 첫 번째, ‘말의 힘 느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 차원 높은 단계로의 도약 여부는 문화의 질에 달려 있고,
문화의 질은 관계의 질에 달려 있고,
관계의 질은 대화의 질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이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 주디스. E. 글레이저(경영 컨설턴트)
말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학생들에게 말의 중요함을 가르치고자 노력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말의 중요함을 교육하는가? 많은 경우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건 나쁜 말이야.’라는 식의 훈계나 ‘그런 말을 네가 듣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니?’며 역지사지의 방법으로 접근한다.(사실 나도 많이 그런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접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짧은 시간에 학생들의 입에서 ‘잘못했어요.’라는 대답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효과는 적다는 걸 곧 다시 반복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교과서에서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관용표현을 자신 있게 추천하지만 천 냥이 뭔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도로아미타불일 뿐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건 사실 사기에 가깝다.
현재 가치로 약 7,000만원의 돈을......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아쉽게도 교사의 훈계는 경험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다.) 그래서 말의 힘에 대한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어디 한 번 느껴 봐라.’며 기분 나쁜 말을 듣게 하거나 써보라는 식의 부정적 홍수 경험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부정적 에너지를 다루는 것이기에 대체물을 활용해 시각적인 경험을 하게 하고자 한다.
[상처 받은 영수]
본래는 PDC에서 소개된 ‘상처 받은 영대’라는 활동이다. PDC에서의 의도는 소외 받는 구성원이 소속감을 느끼고 상호 존중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도와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인데 말의 힘을 느끼는데 효과적일 것 같아 변형하여 활용한다. 우선 활동 이름을 영대에서 영수로 바꾸었다. 그 이유는 내 이름이 대영이기에 혹시나 학생들이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또 포커스를 바꾸어 말이 남기는 마음의 흔적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활용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준비물 : A4 용지 학생 수 만큼, 필기구, BGM
1. 도입하기
*교사 : 여러분, 최근에 우리 반 친구들끼리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일이 있는 걸 알죠? 그러면 선생님이 하나 물어볼까 해요. 주먹으로 심하게 때리면 맞은 사람은 어떤가요?
*학생 : 아파요 / 상처가 생겨요.
*교사 : 그래요, 그럼 몸이 아니라 말로 상대가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떨까요?
*학생 : 기분이 나빠요 / 슬퍼요 / 복수하고 싶을 것 같아요.
*교사 : 네,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활동을 하나 해볼까 해요.
2. 영수 만들기
*교사 : 눈을 감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호흡합니다.
*학생 : (호흡)
*교사 :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욕설, 놀림 등의 말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이 있나요? 그 때 그 장면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줬던 그 사람을 떠올립니다.(떠올림) 이제 눈을 뜨고 A4 종이에 그 사람을 간단하게 그립니다.
3. 영수에게 복수하기
*교사 : 오늘 선생님이 그 사람에게 복수하는 시간을 주려 해요. 선생님이 ‘복수’라고 하면 그 때는 무서워서, 혹은 기회가 없어서 그 사람에게 못했던 말을 한 마디 하며 종이를 한 번 구깁니다. 이 때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욕설, 심한 말 등을 마음껏 해도 좋습니다. 복수.
*학생 : 너 왜 그딴 식으로 말하냐?(구김)
*교사 : 한 번 더 복수
*학생 : 너 때문에 나 열 받아 죽는 줄 알았어, XX아!(구김)
*교사 : 복수
... 여러 번 반복
*교사 : 마지막이에요. 남은 마음을 모두 쏟아버릴게요. 하고 싶은 욕, 상처 주는 말 다 하고 마음껏 구기고 뭉쳐서 바닥에 던지거나 눌러도 좋습니다. 복수!
4. 사과하기
*교사 : (심호흡을 한 뒤) 이제 내가 줬던 상처를 다시 치유해주겠습니다. 선생님이 ‘사과’라고 하면 아까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종이를 펼치세요. 사과.
*학생 : 아까 심한 말해서 미안해 / 괜찮아?
5. 영수 살펴보기
*교사 : 펼친 상대를 보세요. 어떤 모습인가요?
*학생 : 구겨져있어요 / 주름이 가 있어요 / 찢어졌어요
*교사 : 그렇죠. 처음과 완벽하게 똑같아졌나요?
*학생 : 아니요.
*교사 : 그 주름이, 구김이 바로 말이 남긴 상처입니다. 주먹에 맞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이 남긴 상처는 아무리 되돌려도 흔적은 남기는 거예요. 그런데 자세히 한 번 볼까요? 그림에 누가 보이나요?
*학생 : 상처 준 그 사람이요.
*교사 : 혹시 상처 입었던 내 모습이 보이지는 않나요?
*학생 : ......
6. 다지기
*교사 : 그림 속 영수를 보며 그 친구, 혹은 똑같이 상처 입었던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써 봅시다.
*교사 : 활동 후 느낀 점을 생각노트에 적어보세요.
Q. 그림은 어떻게 처리하나?
어떤 활동이든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본 교실에서는 활동 후 영수를 자신의 사물함 문 속에 붙였다. 그리고 사물함을 열 때 마다 영수를 보며 말의 힘을 떠올리게 했다. 또 상처 주는 말을 한 경우 혼내거나 훈계하기 전에 사물함 문을 열어보게 했다. 그리고 그 속에 누가 있는지, 지금의 너에게 영수가 뭐라고 할 것 같은지,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어 행동하면 좋을지 묻고 롤플레이로 수정된 행동을 연습하게 했다.
Q. 몰입하기 어렵지 않나?
활동에 얼마나 몰입하는 지는 정말 Case By Case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존경하는 서준호 선생님의 마음 흔들기나 허승환 선생님의 심성놀이 활동을 할 때 그 분들의 것과 같은 감동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몰입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분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가 써볼 때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이 있다.
첫째는 BGM과 조명이다. 적절한 BGM은 활동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볼륨을 20% 내외로 해서 교사의 목소리가 전달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조명도 중요한데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하는 활동은 아무래도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transition이다.(연극에서 경험적으로 사용하던 용어라 정확한 한글 표현을 모르겠다;;;;;;) 설명하자면 활동 덩어리 간에 맺고 끊음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과정이다. 책으로 따지면 챕터 사이의 간지 정도가 되는데 활동에서 이 transition이 원활하면 앞 활동의 에너지가 뒤의 활동을 방해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시작할 때 눈을 감고 심호흡과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시작한다든지, 격려한 활동 후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하칼라우를 한다든지 말이다.
셋째는 사전 동의이다. 활동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활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혹시 너무 힘들어서 참여하기 어렵거나 튀는 행동이나 말을 참지 못할 것 같은 학생은 잠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선생님을 믿고 따를 수 있으면 참여 해달라고 부탁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했을 때 딱 한 번 나간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도 활동 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넷째는 교사의 경험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책으로 읽거나 눈으로 본 뒤에 하는 거랑 교사가 직접 경험하고 하는 건 천지차이이다. 학생들은(특히 고학년일수록) 그 미묘한 차이를 귀신 같이 간파한다. 따라서 꼭 해보고 적용하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