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2탄] 9. 생활 속 감정 이야기
이제 우리가 활용할 감정 도구들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마음시스템이나 카드를 활용해도 되고 한 눈에 들어오는 차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도구’다. 도구는 어떻게 쓰느냐, 얼마나 자주 쓰느냐에 따라 날카로운 보검이 되기도 하고 녹슨 쇳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생활 속에서 이 도구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생활 속 감정]
감정이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인정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판단, 결정, 선택, 행동에 이성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부정하고자 노력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꽤나 분명한 근거들에 의해 인간은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만 그걸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쓰는 데만 익숙하지 내 감정에 대해 인지하거나 객관화하는 데는 경험도, 관심도, 전문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 접근하려 한다.
‘내 감정을 알고자 감정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도구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내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접근해보는 것’
이것이 이 글의 방향이다.
[왜 해야 할까]
A랑 B가 싸웠다.
“이 자식들이! 야, 너는 이거 이거 잘못했고, 너는 이거 이거해서 그랬잖아!”
라고 하려다 문득
‘아, 차분하게 감정을 들어주는 상담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 한다.
“그 때 니 감정은 뭐였니?”
“빡쳤는데요.”
아오! 너 때문에 내가 빡치겠다 이 XX야!
"너는 감정이 어땠어?”
“화나죠!”
“야, 내가 화나거든?”
“웃기시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역시 짐승에게는 감정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매를 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교사는 초사이언으로 변신한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교사를 포함해 많은 어른들도 그렇다. 뭐, 해본 적이 있어야지. 그래서 갈등 상황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나오는 감정 낱말은 뻔하다.
화난다, 짜증난다, 열 받는다, 빡친다, 슬프다
혹은 감정이라고 착각한 자신의 ‘생각’들을 쏟아낸다.
죽여 버리고 싶다, 때리고 싶다, 사람 열 받게 한다 등
그런데 이런 감정 낱말들은 대부분 2차 감정이다. 2차 감정이란 어떤 감정이 깊어지면서 파생되는 감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 물건을 빌려 쓰다 망가 뜨렸다. 처음에는 어떤 감정이 들까? 사람 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안함’일 것이다. 그런데 친구에게 사실을 고하고 친구의 잔소리를 조금 듣다 보면 ‘아, 그래서 어쩌라고! 사주면 되잖아!’라고‘화’를 내게 된다. 미안함이란 1차 감정에서 화라는 2차 감정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2차 감정들은 상대의 뇌에 ‘공격’으로 인식되어 인간의 뇌가 아닌 파충류의 뇌를 자극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자잘못을 떠나 그사람도 화를 내게 되고 결국 싸우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상담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기 보다는 2차 감정으로 다시 공격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2차 감정을 피하고 1차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려면 저 흔한 분노유발 감정 낱말을 뺀 다른 낱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뚜껑이 열리지 않은 평상시에 자주 활용해서 말이다.
[할 만한 것들]
1. 두 줄 감정 일기
매일 글쓰기를 하는 학급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필자도 일주일에 세 번, 몇 줄 이상의 일기 검사를 했다. 하지만 사실에 대한 나열로 가득한 건조한 일기장이 지겨워졌다. 그래서 두 줄 이상만 쓰기로 했다. 다만 꼭 ‘감정’을 살펴서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금의 생각, 혹은 있었던 일을 두 줄 이상 쓰고 마지막에 (감정의 종류, 감정 온도)를 달면 된다. 감정 온도는 그 감정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다.(0이 약하고 10이 가장 강한 것이다.) 이건 단순히 감정의 종류를 살피는 걸 넘어 강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살피는 연습이 된다. 그리고 다양한 감정 낱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PS. 교사도 써주면 학생들이 좋아라 한다.
2. 수업 시간에 써먹기
교과서에는 상황에 따른 인물의 생각, 마음, 감정을 묻는 내용이 참 많이 나온다.(특히 국어, 도덕 교과) 그 때 그냥 답을 쓰는 게 아니라 마음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뒤 감정 차트를 활용하면 된다. 학생들은 마치 오픈북 시험처럼 좋아 한다.
3. 아침 / 주말 나누기
등교 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는데 이름표 자석을 만들어 오늘 내 감정을 감정 차트에 붙이기도 하고 감정 낱말 카드를 각자 만들어 현재 내 감정 낱말을 들고 걸어다니면서 다른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매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월요일에 한 번 주말에 있었던 장면을 감정으로 나누어도 좋다.
4. 영상을 활용한 감정 수업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 데는 영상만한 것이 없다. 교과서를 재구성해 영화를 소재로 등장 인물의 마음을 마음 시스템으로 분석하고 감정 낱말을 활용해 표현해보는 것도 좋은 수업 방법이라 할 수 있다.
5. 감정 맞히기 게임
한 사람이 최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의 감정을 미리 골라둔다. 그럼 다른 한 사람이 그 감정을 맞히는 게임이다. 쉬는 시간에 하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