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 지금부터 Q] 7. 알림 VS 고자질
‘고.인.돌’로 긍정적인 말을 통해 고마움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부정적인 말을 줄여서 불필요한 충돌을 없애고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바로 고자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자질 :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 - 출처 : 네이버 사전]
고자질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아무튼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서슬 퍼런 이데올로기 대립기를 거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고자질이 밀고와 동의어 취급되면서 아주 질 나쁜 행동으로 비난 받고 있다.
*학생1 : 야, 너 안 돌려주면 우리 엄마한테 말한다? *학생2 : 와, 치사하게! 그래, 일러라. 일러라 일러 일본 놈~! *학생1 : 뭐? 일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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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입장에서 보아도 고자질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의 잘못을 고자질하면 교사는 그 잘못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그렇다고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하면 안 돼. 잘 도와줘야지.’라는 식의 양비론으로 가기 쉽다. 그럼 말한 학생은 ‘고자질한 거 아닌데요?’라며 억울해하기 마련이다. 뭔가 찝찝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특히 저학년 교사는 쉬는 시간 마다 도돌이표처럼 같은 레퍼토리를 접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학생들이 고자질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몇 년 전에 고자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생들에게 설문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고자질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억울해서’였다. 처음에는 억울하다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약속이 있다. 그런데 그 규칙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가 아무런 제제나 불이익 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힘들게 규칙과 약속을 지킨 자신은 억울하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자신은 밤잠을 못자며 숙제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숙제 검사를 직접 하지 않으셔서 숙제를 하지 않는 친구가 혼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 고자질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기계적 평등론에 입각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위의 것과 이어지는데 ‘친구가 혼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음에 안 들거나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친구가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거나 혼났으면 좋겠는데 내가 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더 힘이 센 어른, 특히 학교에서는 교사가 대신 혼내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친구의 잘못이나 실수를 아예 교사에게 이야기 하지 않아야 할까? 고학년으로, 상급 학교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크다.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고자질로 간주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위험하다. 생활을 하다 보면 안전과 관련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관계나 생활면에서 교사의 개입이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들로 적절한 정보를 얻고 있지 못하다면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명확한 기준을 세워 ‘고자질’이 아닌 ‘알림’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알림 VS 고자질]
고자질의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고 알림과 고자질의 차이점을 구분해 건강한 알림을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활동이다. 이 활동은 개인적인 경험과 허승환 선생님께서 제공해주신 tattling에 대한 논문을 참고한 것임을 밝힌다.
*준비 : 진행 PPT, 도화지(8절, 또는 4절), 포스트잇, 사인펜, 매직 등
1. 고자질에 대해 생각해보기
*교사 : 오늘은 고자질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PPT 속 이야기를 봐주세요.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행동을 고자질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변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주인공을 바꿔서 하면 더 효과적이다.)
*교사 : 이 친구가 한 건 고자질일까요, 아닐까요?
*학생1 : 고자질입니다. 친구가 잘못한 걸 일부러 선생님께 말했으니까요.
*학생2 : 고자질 아니지 않나? 사실을 말한 건데?
*교사 : 혹시 친구의 고자질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이 있나요? 친구의 본명은 빼고 말해주세요.
*학생1 : 친구가 제가 복도에서 뛴 걸 고자질해서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열 받았습니다.
*학생2 : 친구가 먼저 저를 때려서 저도 때린 건데 친구가 제가 때렸다고 고자질해서 저만 혼났습니다.
*교사 : 많이 속상했겠네요. 그럼 우리는 왜 고자질을 할까요?
*학생1 : 선생님께서 친구를 혼내줬으면 좋겠거든요.
*학생2 : 그러고 나면 속이 시원해서요.
*교사 : 혹시 친구의 고자질을 듣고 나서, 혹은 내가 고자질을 하고 났더니 그 친구와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친구가 고마워했던 경험이 있나요?
*학생1 : 아뇨.
*학생2 : 사이가 나빠졌어요.
2. 알림과 고자질 구분하기
*교사 : 그럼 이렇게 사이를 망치는 고자질이 아니라 알림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고자질은 친구가 혼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고 알림은 그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거라는 거겠죠.
*학생 : 하지만 친구를 돕기 위해서 말하지만 사실은 혼나기를 바라는 거일수도 있잖아요?
*교사 : 그렇죠. 그래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둘을 구분하는 데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학생들의 의견을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등을 통해 모아본다. 하지만 꽤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라 생각만큼 탁월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교사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교사 : 좋아요, 그럼 선생님이 여러 해의 경험을 통해 얻은 기준을 한 번 들어볼래요?
<기준 : 다음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알림> (1) 누군가가 다칠 수 있으면 알림 (2) 누군가가 아프면 알림 (3) 누군가가 따돌림을 당할 수 있으면 알림 (4) 그 친구에게 잘못된 행동을 고치도록 정중하게 부탁했는데 또 반복되었으면 알림 (5)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나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는 알림 (6) ‘우리의 선택’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알림 |
3. 우리의 선택 만들기
*학생 : 선생님, ‘우리의 선택’은 뭔가요?
*교사 : 알림은 친구를 혼내기 위해서 하는 건가요, 그 친구를 돕기 위해서 하는 건가요?
*학생 : 돕기 위해서요.
*교사 : 맞아요. 그래서 돕기 위해 선생님께 알리기 전에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에요.
*학생 : 뭐가 있는데요?
*교사 : 그건 우리가 함께 만들어 봐야죠.
(브레인라이팅,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우리의 선택 내용을 만든다. 그리고 합의된 내용은 도화지에 정리해서 벽에 붙인다.)
4. 연습하기
기준과 대처 방법이 명확해졌더라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숙지하는 게 꽤 어렵다. 그래서 연습 문제 풀이를 통해 구별하는 걸 연습하는 게 좋다.
*교사 : 다음 상황은 알림일까요, 고자질일까요? ‘친구가 내 연필을 허락 없이 꺼내서 썼을 때’ 하나, 둘, 셋?
*학생1 : 고자질이요.
*학생2 : 알림 아닌가요?
*교사 : 정답은 고자질이죠. 앞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생1 : 연필을 돌려달라고 하면 돼요.
*학생2 : 사과하라고 하면 돼요.
5. 게시하고 활용하기
이후 알림과 고자질의 기준과 우리의 선택은 정리해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학생 : 선생님, OO이가 제 책상에 물을 쏟았어요!
*교사 : 그래? 속상했겠네. 그런데 네가 지금 한 건 알림일까, 고자질일까?
*학생 : 음…….
*교사 : 헷갈리면 알림과 고자질의 기준이랑 우리의 선택을 보고와도 좋아.
*학생 : 고자질이네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교사 : 그래, 그럼 한 번 해볼래?
Q. 교사가 보기에 고자질인데 알림이라고 우기는 학생은 없나?
가끔 있다. 그런 학생의 경우 지금까지 부모나 교사가 문제를 다 해결해준 경험을 가지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는 알림인지 고자질인지 구별을 묻는 질문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스스로 알림이라고 믿어버리거나 고자질인 것을 알아도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천하는 첫 번째 방법은 ‘역할 바꾸기’다. 같은 상황에서 역할을 바꾸어 재연하고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다.(자세한 것은 사이코드라마의 기법에 대해 알아보기를 추천한다.) 또 하나는 전체 질문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 상황인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면 대부분 바른 판단의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단 중요한 점은 교사가 미리 ‘이건 고자질이야.’라고 예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Q. 이건 혹시 교사가 편하기 위한 방법 아닌가요?
이 방법을 잘 활용하면 교사가 편해진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일이 들어주고 해결해주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사보다 학생, 그리고 우리 학급에게 더 긍정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고자질은 두 사람의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킨다. 그리고 고자질을 자주 하는 학생은 ‘고자질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 그럼 그 학생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고자질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자질하는 문화가 사라지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더 큰 이유는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고자질이라는 것의 요점은 ‘선생님, 이거 좀 혼을 내든 어떻게 해서는 대신 해결해주세요.’이다. 하지만 고자질이 줄어들면 그에 반비례에 스스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횟수는 늘어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문제를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경험이 늘어나는 것이다.
Q. 민감한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의할 점은 없나?
여러 해 활용해본 결과 가장 주의할 점은 교사의 편의적 사용이다. 과중한 일에 쫓겨 시간이 없을 때 학생의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잠깐, 지금 네가 말하려고 하는 게 알림이니, 고자질이니?’라고 잘라서 되묻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것은 옳지 않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교사의 이야기가 옳지만 그 자체로 학생은 교사에게 거절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이야기를 경청하고 감정을 읽어줘야 한다. 그 다음에 알림과 고자질의 구분에 대해 물어야 한다. 이럴 경우 계속 반복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점차 고자질 횟수가 줄어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인 것이다.
또 하나는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학생들은 고자질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교사와 말을 하고 싶어 고자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마음의 결을 잘 살펴 다독여주고 들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반응은 부정적인 반응보다 강하다.
마지막은 고자질한 내용에 대해 개입하고 해결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들어보고 교사와 학생 모두 고자질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학생이 해결하도록 격려하고 기다려야 한다. ‘고자질이기는 하지만 선생님이 해결해줄게.’라는 반응을 하면 고자질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너의 마음에 공감은 하지만 네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까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선생님이 해결해주지 않을 거야. 다만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도 좋아.’라는 공감적이지만 제한적인 반응을 보일 때 학생들은 위로를 받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다.
N.Q Up의 핵심 중 하나는 ‘스스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알림과 고자질은 그 한 가운데 있는 주제이다. 따라서 나중에 다룰 ‘자기 조절과 긍정적 타임아웃’과 ‘I 메시지’ 등과 연계한다면 더욱 체계적이고 자주적인 문제해결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N.Q 지금부터 Q]
1. 당신이 가져야 할 7가지 마음
2. 말의 힘 느끼기
3. 경청을 해야 하는 이유
4. 경청 만들어가기
5. 보들 말하기
6. 고.인.돌
7. 알림 VS 고자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