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번외편 2] 9. 당신을 위한 변명, 그리고 격려
또또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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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9 14:02
1. 명확한 한계
언텍트 소통은 한계가 명확했다. 소통의 본질을 관계의 양, 질, 일관성, 위트라고 본다면 그 어느 하나 오프라인 소통을 압도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떠나셔야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는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의 부재는 소통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학생들과 나누던 농담 한 마디, 주고받던 눈빛 하나, 마주치던 손바닥의 온기가 얼마나 위력적이고 가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인정한다. 언텍트 소통은 가능성을 포함한 훌륭한 플랜 B다.
2. 끈질긴 생명력
그럼에도 두 가지 측면에서 희망을 만든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사들의 역량과 생명력이다. 펜데믹은 전 세계, 모든 영역을 공평하게(?) 강타했지만 대응 모습은 달랐다. 그중에서 교사는 뛰어난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공무원이라는 경직된 조직의 특성상 운신의 폭이 적었음에도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최초의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나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교사들이 이름조차 낯설었던 여러 온라인 플랫폼들을 섭렵하고, 경험을 살려 플랫폼에 날개를 달 방법들을 궁리했다. 어떻게든 학생들을 만났고, 어떻게든 소통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교실이 안전한 환경에서 온, 오프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여느 해와 달랐지만 결국 무사하고 교육적인 일 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실은 온라인 플랫폼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나누었다. 본디 온라인 플랫폼이 가지는 장점들이 있다. 시공간의 제약 극복, 확장성, 고유성 등. 교사는 그 장점들을 흡수하고, 교사의 시선에서 보이는 점을 특화, 강화시킬 수 있다. 학교에서 말이 없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 놓치기 쉬운 모든 학생들의 비언어적 신호를 캐치하는 방법 등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누릴 수 있는 교육적 가치다.
3. 냉정한 요구
여러 선생님들을 뵙다 보면 접하는 반응이 있다.
“어휴, 코로나가 끝나야 옛날로 돌아갈 텐데.”
“얼른 이놈의 줌, 패들렛 같은 거 안 하고 싶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펜데믹이 끝나면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갈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행복하고 교육적인 일상을 되찾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은 평가되어 선택, 취합 및 발전될 것이다. 예전의 소통 방법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요구는 직접적이고, 냉정하게, 빨리 다가올 것이다.(아니, 이미 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변하고 싶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변해야 한다.
4. 그래서 가야 할 길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떤 변화를 향해 가야 할까?
첫 번째는 블렌디드 소통이다. 우리는 이미 교실에서 온, 오프라인 소통을 모두 경험한 최초의 교사가 되었다. 어느 한쪽도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오프라인 소통을 바탕으로 온라인을 접목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프라인 소통은 체온과 비언어적 신호를 통한 강력한 실재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휘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을 만나는 교사가 영영 놓치는 소통의 기회가 존재한다. 혹은 기질적으로 오프라인 소통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무척 유용하다. 교사가 적절하게 소통을 설계한다면, 블렌디드 소통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두 번째는 교사의 소통 역량 강화다. 이번 펜데믹을 통해 미래사회에서 학교가 가질 가치가 여실히 드러났다. 소통이 사라진 교실은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 교사 개개인의 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 역량은 이 소통 역량 구현을 위한 도구로써만 가치가 있다. 예전과는 다른, 개인화되고, 스펙트럼이 넓고, 언텍트에 익숙한 새로운 학생들과 우리는 소통해야 한다. 인류가 바뀌었다면, 사용하는 언어와 방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한 해는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이미 백신 투약이 시작되었고 장밋빛 미래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많은 변화와 혼란, 혁신을 경험할수록 강해지는 생각이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무엇이 교육의, 소통의 본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며 한 해를 준비했으면 한다.
아울러, 일 년동안의 좌충우돌이 증명했다. 당신은 옳다.
오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고 라온제나반을 이끌고 있다.
TET와 PDC에 관심이 많고 노는걸 겁나(?) 좋아한다.
뭐든지 일단 부딪히고 뒤에 수습하는 피곤한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