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 지금부터 Q 번외편] 1. Prologue
‘나’라는 교사는 깜냥은 부족한데 운은 있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들이 있다. 그럴 때면 우리 교실의 가급적 멋진 이야기들로 보따리를 채워 간다. 당연하다.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몇 분이 말씀하신다.
“선생님 교실에서 지내보고 싶네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 반이었으면 좋겠어요.”
쑥스러움에 몸을 베베 꼬다 생각해본다.
‘우리… 교실?’
과연 나는 교사로서 내 글에 얼마나 책임을 지며 살고 있을까? 우리 교실은 PPT에 담긴 그 아름다움 그대로일까? 라온제나라는 공동체에서 소통이란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가? 김제동이 과거에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저는 멋지게 강연을 하고 나서 집에서 자기 전에 거울을 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죠. ‘이 새끼야, 니가 말한 거에 반만이라도 살아라.’”
그래서 이번 시즌의 글은 기존에 썼던 글들과 다른 결로 채워볼까 한다.
1.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교실 실전편]에 담을 에피소드들은 모두 나의 이야기다. MSG를 조금 넣거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는 부분을 각색할 수 있지만 없었던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교사인 내가 ‘관찰한’ 장면들, 그리고 가졌던 생각, 감정들을 솔직하게 서술하려 한다. 어디선가 듣거나 읽은 내용은 넣지 않을 것이다. 다만 등장하는 모든 인묻들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이며 신분이 노출 되지 않도록 하려 한다.
2. 배울 것 보다는 읽을 것을 쓴다.
지금까지 연재했던 [NQ, 지금부터 Q] 시리즈는 모두 소통에 대한 조언들이었다. 읽고 나서 방법적인 면에서 무언가를 건질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이론도 있었으며 스킬도 포함되었다. 누군가는 배우기를, 누군가는 평가하고 비교하기를 바라며 쓴 글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교실 실전편]은 배움에 대한 틀을 조금 벗어나려 한다. 읽었을 때 무엇을 배웠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를 포함한 어떤 감정이 주가 되는 글을 쓸 예정이다. 물론 기존에 썼던 글들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 쓰겠지만 공부하는 마음이 아닌 즐기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려 한다.
3. 동화가 아닌 일기를 쓴다.
한 때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에 열광했다. 성공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름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을 수록 본인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고, 글쓴이처럼 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어느 순간 자기계발서는 ‘질린다’, ‘지친다’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 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도 ‘짜잔~ 내가 이렇게 잘하고 있으니 너네들도 따라서 잘 해보세요~’라는 류의 강의나 책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고유의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 맥락적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있는 비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이야기하는 동화는 철저히 개인 동화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동화보다는 일기를 쓰려 한다. 성공이나 무결함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그 속에는 실수도, 실패도, 어려움도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 반을 만들고 있고, 나를 만들었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 그게 내가 걸어온 방식이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쓸 것이다.
거창해보이지만 단순하다. 우리 반, 나의 소통 모습을 담은 글, 그것이 이번 시즌의 방향이다. 곧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