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책학기] 1강. 이해하기엔 너무 먼 당신 (10대의 뇌)
우리가 매일 부대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학생이죠. 눈꼽 떼면서 만나서 5~6시간동안 화장실 갈 때 빼곤 계속 보죠. 나와 복작복작 부대끼는 이 수십 명의 인간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타적인 것 같다가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다가도 비합리적이죠. 하룻동안 펼치는 감정의 색깔도 수십가지입니다. 고학년과 함께 있을 땐 앞에 있는 이 인간이 어떤 색의 감정을 들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성인이 아동들을 판단하는 손쉬운 문장이 있습니다.
'사춘기라 그래.'
'호르몬이 날뛰는 시기이잖아.'
저도 작년 5학년 학생들과 함께하며 이 문장을 자주 읊조렸습니다. 교사가 방심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고를 터뜨리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책은 학생들의 행동을 단순히 '성호르몬'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뇌를 살펴봐야 한다 말하죠.
그렇다면 10대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요?
첫째. 뇌세포는 흘러넘치지만 연결은 덜 되었습니다.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뉴런은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칩니다. 인간의 뇌에 뉴런이 가장 많을 때는 신생아 때입니다. 천억 개의 뉴런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포들은 핀꽂이의 동그란 부분에 3만 개가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일렬로 늘어놓으면 160,000km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지구를 네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지요. 그렇기에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비틴은 "모든 신생아는 LSD(마약)에 취한 것과 비슷한 환각의 광채 속에서 태어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해당책 74쪽)
하지만 그들 사이의 연결은 부족합니다. 10대는 뉴런 간 연결을 강화하는 시기입니다. 이는 시냅스의 역할이지요. 뉴런에서 시냅스가 뻗어나가는 모습은 나무에서 가지와 뿌리가 나오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냅스가 형성될까요? 바로 자극입니다. 흥분성 신호가 뇌와 뇌 사이의 시냅스를 연결하며, 반복될 때마다 시냅스 연결은 강화됩니다. 즉 함께 흥분하는 '세포'는 함께 '연결'되는 것입니다.
▶ 다양한 자극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자극이 다양할수록 예상치 못한 세포들이 연결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평소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201쪽)
▶ 반복이 중요합니다.
시냅스는 같은 세포에 흥분(학습)이 반복될 때마다 더 강화됩니다. 스키 선수들이 활강 경기를 할 때 가장 빠른 경로는 선수들이 반복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길이 닦여 홈이 패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선수가 경기를 치를 때쯤이면 그 홈이 매우 깊숙하게 파여 아예 그 홈을 벗어나서 탈 수 없을 지경이 된다지요. 우리 뇌의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동기에 만들어졌으나 사용하지 않게 된 신경조직은 청소년 말기에 끊어집니다. 이 과정을 신경 가지치기라고 하는데요. 즉 사용되지 않은 정보는 잊혀진다는 거죠. 그래서 반복하지 않은 정보는 우리 뇌에서 사라집니다. (해당책 109쪽)
둘째, 뇌의 뒷부분은 발달되었지만 앞부분은 아직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판단이 미숙합니다.
미국국립보건원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뇌의 연결성은 뇌 뒤쪽에서 앞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십대의 뇌는 80% 정도밖에 성숙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배선이 제일 성긴 상태인 나머지 20%는 뇌 앞쪽에 있는 이마겉질과 앞이마겉질입니다.
이마쪽에 있는 뇌부분인 이마엽은 인간의 판단, 통찰, 충동조절을 담당합니다. 10대들이 감정이 기복이 심하고, 화를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감정이 폭발하고, 잘 집중하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짓지 못하고, 어른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위험한 행동에 참여하는 등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해당책 61쪽)
▶ 부모, 교사의 적당한 잔소리는 필요합니다.
아이를 믿어주는 것과 내버려두는 것은 다릅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점을 메우는 게 어른의 역할입니다. 가장 좋은 건 아이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 옆에서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거나 기준을 떠올릴만한 힌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아이 곁을 항상 따라다닐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지겨워해도 지속적으로 같은 말을 해주면 중요한 순간에 아이 머릿속에서 어른의 말이 자동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 10대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유독 함께하기 버거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생과 있다보면 '과연 얘가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변합니다. 변화정도는 다르겠지만요. 인간의 변화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는 10대입니다. 뇌의 가소성이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이죠. 학부모와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이는 분명 변화해가는 중입니다.
이런 이유로 10대와 성인에겐 같은 위법에도 다른 처벌기준이 적용됩니다. 그들의 변화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셋째. 호르몬의 영향도 있습니다. 그리고 10대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간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성호르몬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10대가 성인에 비해 호르몬 수치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은 호르몬에 그저 다르게 반응할 뿐입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커지는 시기입니다. 즉 10대는 성인 수준의 스트레스 내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10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침착해질 수 없습니다. 편안하게 해주세요.
2007년 뉴욕주립대학 다운스테이트 의료센터의 연구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보통 스트레스에 반응해서 불안 조절을 위해 분비되는 테트라히드로프레그네놀론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성인은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뇌에서 진정제처럼 작용해 불안을 야기하는 사건 이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진정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반대의 효과를 나타내 불안을 가라앉히는게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키웁니다. 즉, 중요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려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줘야 합니다. 10대를 다그치거나 불안하게 만들면 그들의 사고회로는 정지합니다.
▶ 10대의 스트레스는 뇌질환의 큰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조현병의 경우 청소년기에 받은 스트레스가 아주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조현병은 유전요인도 크지만, 스트레스가 크지 않으면 발병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고등학생 정도가 해당하는 청소년 말기는 앞서 말한 시냅스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시기인데, 이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시냅스 가지치기 과정의 이상으로 조현병이 발병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론 파워스의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참고)
청소년에게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천식이나 당뇨병보다 더 흔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5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정신장애나 행동장에를 겪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성인의 정신건강장애 중 절반 정도가 청소년기에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정신장애는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안좋은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지만 음주, 흡연, 과다한 게임에 의한 중독성도 스트레스의 원인입니다.
<책의 추천할 점과 단점>
제가 오늘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왜 10대는 새벽까지 깨어있고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어하는가, 왜 10대에게 수면이 중요한가, 왜 흡연과 음주, 과도한 게임이 10대의 뇌에 안좋은가, 왜 10대는 감정적으로 취약한가, 왜 10대에겐 성인과 다른 처벌 기준이 소년법이 존재하는가 등 말이죠.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제 예상보다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책이었습니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사회과학 분야 책을 자주 읽으셨으면 쉬울 수 있지만, 일반독자가 읽기엔 책의 구성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점으로 꼽는 이유는 이 책의 추천독자가 10대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저자는 논리적인 이유를 좋아하는 10대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거라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만, 이 책을 몇 명의 10대가 완독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10대의 뇌>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은 완독에 부담을 갖지 마시고 궁금하신 장만 발췌해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10대에게 이 책을 통째로 추천하기보단 목차에서 관심가질만한 내용을 찾아 한 챕터씩 읽어가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추천하는 책>
뇌과학에 관한 지식이 궁금하다면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뇌과학과 행동심리학, 4차 산업 혁명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추천드립니다.
글에 나온 이야기 중 조현병에 관해 궁금하다면 론 파워스의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출처]
프렌시스 젠슨&에이미 앨리스 넛, <10대의 뇌>, 웅진지식하우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어크로스
론 파워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도서출판 푸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