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단상] 책, 왜 읽으세요? 책, 왜 읽히세요? #04 우리와 책 이야기
#INTRO
다이어트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정말 자주하는데요. 네, 성공하지 못해 또다시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결심은 일요일 밤에 세워집니다. 주말 내내 과식을 해서 더부룩해진 배를 붙잡고, 희망찬 한 주 결심을 세웁니다. 하루에 만보씩 걷고, 저녁은 샐러드만, 스트레스 받아도 간식은 먹지 말아야지. 생각은 어찌나 술술 풀리는지, 완벽한 다이어트 계획표를 세우고 잠이 듭니다.
#1
잘해야 한다는 강박
월요일 아침부터 계획은 어긋납니다. 건강한 아침을 위해 잡곡밥에 두부를 먹겠다는 결심은 무슨. 입에 뭐라도 넣고 학교에 가면 다행입니다.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오늘도 전쟁 시작입니다. 화장실도 못가고 씨름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하루 2L 물을 마시려면 오전에 3컵의 물을 마셨어야 하는데, 바빠서 물을 뜨러 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점점 의욕이 떨어집니다. 퇴근 시간, 온몸에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 눈은 침침하고 온몸은 무겁네요. 집에 가는 길에 샐러드 거리를 장 봐야 하는데, 너무 귀찮아요. 라면으로 떼우는 저녁. 아 이번에도 망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피곤하니 일단 잠부터 잡시다.
#2
삶이란 계속 실패하다 어쩌다 성공하는 것
어떠세요,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공감되지 않으세요? 꼭 다이어트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나 해당되죠. 우리의 이상은 높고, 현실은 냉혹합니다. 아침에 여유있게 일어나 마을 한바퀴를 조깅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센스있게 업무를 처리한 뒤, 칼퇴해서 가벼운 저녁과 여유있는 여가생활을 즐기는 삶. 자기 전에 기대하는 하루는 이런 것이죠. 하지만 꿈꾸는 삶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게 아니에요. 치열한 노력 끝에 어쩌다 한 번 성공하는 것이죠.
제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완벽한 이상 속에 빈약한 자신을 가두기 때문이에요. 호리병 같고 탄탄한 몸매는 제가 꿈꾸는 그림입니다. 이 커다란 그림을 얼른 갖고 싶어 퍼즐조각들을 급히 끼워넣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삶 속에서 퍼즐조각을 한 개씩 잃어버리죠. 에잇, 1000조각 중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그림은 완성되지 않아! 저는 그림 갖기를 금세 포기해버립니다. 내 주제에 그림은 무슨, 한숨 쉬며 말이에요.
#3
삶의 대부분의 것들은 대부분 잘하기보단 적당히 하면 되는 것
그런데요, 몇 조각 없는 퍼즐은 그림을 알아볼 수 없나요? 아니, 꼭 엄청나게 멋진 그 그림만을 가져야 의미 있는 건가요?
솔직히 이왕이면 호리병 같고 탄탄한 몸매를 가지면 좋겠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입고 싶은 청바지가 안들어가 속상해하지 않을만큼, 무너지는 체력에 건강이 염려되지 않을만큼, 그 정도의 그림도 괜찮은걸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요. 중요한 건 퍼즐 한 조각에 내 마음을 내팽겨치지 않는 거에요. 힘든 날 곱창 한 번에, 떡볶이 한 번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있죠. 그걸 먹느라 퍼즐 한조각을 내팽겨쳤더라도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운동 한번, 다음날의 가벼운 식사 한번으로 채우면 되는걸요. 새 퍼즐조각은 원래 조각을 엉성하게 따라 그린 것이라 할지라도요. 혹시 압니까. 엉성하고 삐뚤비뚤한 조각들이 곳곳에 박힌 채 완성된 그림은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그림일지요.
#4
부담갖지 말자. 많이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1년에 책 100권!’처럼 원대한 목표를 세워 놓고 바쁜 삶에 치여 까먹고 있다가 이내 포기하는 거에요.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책읽기는 실패의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수백권의 ‘이상’은 지금 읽을 한 권의 책을 가로막습니다.
독서교육의 목표는 ‘평생 독자 만들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책을 부담스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평생 봐야 하는 친구를 낯가리고 부담스러워하면 안되니까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여기는 마음입니다. 매일매일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심심할 때,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도록 성장하는 게 중요하지요.
저는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제목인 <가끔씩 오래 보자>란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에겐 매일 보는 소중한 사람도 있는 반면, 가끔씩 봐도 소중한 사람도 있잖아요. 중요한 건 가끔씩 보더라도 오래, 꾸준하게 보는게 아닐까 합니다. 자주보면 더 좋지만 가끔씩 봐도 괜찮아요. 우리 마음속에서 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