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1- 프롤로그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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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17:04
사직서를 썼다.
2013년 3월 1일자, 첫 발령을 받았다.
발령과 동시에 담임을 맡았고 2년 간 같은 교실에서 매일을 보내며 교직에 있었다.
그리고 2015년 3월 1일자, 나는 의원면직을 신청했다.
다른 지역으로 임용을 응시하게 되어 의원면직을 신청하는 경우는 종종 보았지만.
나는 그 때, 정말로 학교를 그만 두기 위해 의원면직을 신청했다.
그래서 의원면직 보다는, 사직서를 썼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교대의 특성 상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왔거나
가끔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온 동기, 선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 또한 교대가 첫 대학교는 아니었다.
공과대학교 전자과를 일년 반, 정도 다니다가 오게 된 교대였다.
세밀한 과제들에 가끔은 쫓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4년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녔고,
발령받은 후 다니게 된 직장으로서의 학교도 즐겁게 잘 다녔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교직에서의 큰 어려움이 찾아왔고
어려움을 기회 삼아 시작된 새로운 도전에서는
분명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초등교사'라는 나의 영역이 교육의 한계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호적에서 너를 파버리겠다는 (지금은 화해했다) 부모님의 무시무시한 협박을 이겨내고
지금 안해보면 나는 궁금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나 또한 협박으로 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2015년 2월 중순 종업식 날.
일 년의 교육의 마무리를 자축하는 회식 자리에서, 정기전보를 떠나시는 선생님들 옆에 서서
나 또한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고, 바깥 세상에 한 번 부딪혀 보려 한다며 당차게 인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이다.)
27살 패기로 똘똘 뭉쳤을 때였다.
아무튼 그렇게 학교를 그만 두었고, 나는 벤처회사로 들어갔다.
학교 밖의 세상이 궁금하여 다녀온다고 하기엔
스스로 얼마나 큰 고생길을 만든 것인지, 그때는 몰랐다.
이번 글을 준비하며 그때의 일기를 다시 돌이켜보는데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던 부모님의 말씀이 이제는 좀 이해가 간다.
아무튼.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경험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