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장 도전기 -3-
2020학년도를 준비하는 2월 중순이 되었다. 내가 받은 업무는 이번에 다른 학교로 정기 전보를 가시는 부장님의 업무였다. 친절했던 우리 최부장님께서는 가시기 전 전전년도 참고용 파일과, 전년도 부장님께서 직접 기안하고 첨부했던 파일들을 모두 담은 USB를 건네 주셨다. 때에 맞춰서 이 파일들에 있는 기안문과 첨부파일 적절히 수정해서 잘 올리면 될것이라고, 크게 걱정 안해도 된다며 격려 해 주셨다. 그리고 아직 파기할 기한이 되지 않아 보관해 두어야 할 케케묵은 파일철들도 두 박스 넘겨주셨다.
하지만 올해는 듣도 보도 못한 학교 생활이 시작 되었고 최부장님께서 잘 만들어 주신 작년도 안내 파일은 모두 아쉽게도 빛을 보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딱딱 진행 되었어야 할 업무 일정들과 행사들은 모두 다 2학기로 미뤄져 버리거나 진행 방식이 바뀌어 버렸고 대신 '온라인 학습 환경 조성'과 관련된 공문들이 쏟아졌다. 2월 중순, 열심히 준비해서 구멍 없이 잘 지나가자 했던 계획에 오히려 크게 구멍이 났다.
그리고 올해는 학급 담임 대신 6학년 영어 교과를 맡게 되었다. 처음으로 담임이 아닌 교과 전담을 준비하다 보니 이것도 매우 생소하고 신기했다. 6년 동안 담임을 하며 쌓았던 짐을 정리하는 것 부터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햇볕 잘 들던 5층 꼭대기 구석 교실을 혼자서 2년이나 사용해 왔는데, 이 교실을 떠나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교과연구실로 옮기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환경의 변화도 있고, 업무의 변화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2020년도, 올해 처음은 마치 다시 신규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 첫 부장을 도전하며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는, '아, 맞다!!!'
해야 할 일의 범위가 늘어 난 것도 있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많이 고려해야 했다. 예전에는 알려주시는 대로 '시행'을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시행의 여부와 범위'에 나에게도 책임이 조금씩 주어지는 것이 많았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과, 때로는 부장 회의에서 해주시는 말씀 들을 듣다 보면 '아 맞다!' 하고 빼먹은 것들을 떠올리는 일이 참 많았다. 간단한 검사를 시행하려고 해도, 선생님들의 시간이 맞는지, 장소는 유효한지, 그 장소를 쓰는 다른 일정은 없는지, 참 여태까지 부장님들께서 많은 부분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준비하셨구나 싶은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았다. 또, 단체 메시지를 보내 놓고 파일 첨부를 까먹은 뒤 '아 맞다! 하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도 '잦은 메시지 죄송합니다. ㅠㅠ' 가 아닐까 싶다.
주절주절 적자니 메시지 내용이 길어지고, 간결하게 적자니 이건 알려주는 건지 안 알려주는 건지 불친절한 메시지가 될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이 메시지를 보내? 말아? 보내면 뭘 이런걸 다 보내? 하시진 않을까? 하고 종종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메시지 보내면 수고 많다고 답장 보내 주시는 선생님들, 복도에서 마주치면 "아이고 차선생 이제 부장이네?!!!" 하며 찐으로 놀려주시던 우리 구동학년 선생님들 덕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뿌듯함이 더 많았던 상반기였다. 남은 하반기에도 "아 맞다!" 하면서 실수 참 많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럴때마다 답답해 않고 웃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아, 맞다! 에콜 업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