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생이 곧 간다. #장난 고백을 하는 이유 -2-
#2014년엔 썸, 그리고 2019년엔...... 장고.
(출처: 네이버 뮤직 커버 사진)
2014년에 가수 소유와 정기고가 불렀던 노래 '썸'은 정말이지 초대박을 터트렸다.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는 멜로디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사에서 공감하고 좋아했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표현에서 공감하는 우리들은 무릎을 탁 쳤다. 그렇지, 이거지. 요즘은 연애보다 썸이지. 하며 그렇게 썸타고, 설레고 싶어 했다. 2014년도에 '썸타고 싶어요' 하던 우리의 말에 우리 보다 어르신들은 그게 무슨 말인가 갸우뚱 하셨다.
"그러니까, 둘 사이에 미묘한 무언가, something이 느껴지기에 세상 마음 설레는데, 또 확실히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서로 좋아는 하지만 언제든 틀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사이. 이런걸 썸이라고 해요. 이해 가시나요?"
썸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우리 부모님의 말씀. 아직도 기억난다.
"뭐라노 지금. 그래가 사귀는 거가, 아이가. 둘이 정식으로 사귀는거면 사귀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게 뭐고."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썸을 타던 우리 세대에서 더욱 나아간 00년생들은 썸타기에서도 한 단계를 추가시켰다. 요즘엔 뭐니뭐니 해도 '장고'이다. 애들 사이에선 쪽팔려 게임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장고이고, 사귀게 된 이유 중 꽤 많은 수가 장고 덕분이라고 한다. 장고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약간 마음은 있는데 사귀자고 해도 받아줄 지 안받아줄 지 모르잖아요. 또 고백해서 정식으로 사귀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구요. 그리고 거절당하면 또 민망하니까. 장고해서 받아주면 서로 사귀게 되기도 하고. 만약 거절하면 야 장고였어~ 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이해 가시나요?"
2014년에 썸에 대해 설명하던 역할이었던 나는, 이제 00년생들의 장고를 듣고 갸우뚱 하는 쪽이 되어 버렸다.
"아니 뭐라는 거야. 고백을 왜 장난으로 해. 자기가 얘가 진짜 좋아서 사귀고 싶어한다는 마음이 진지해야지. 그게 뭐야!"
# 00년생들의 썸, 장고, 연애, 그리고 이별.
현재 연애중이기도 하고, 현재 솔로지만 또 얼른 커플이 되기를 희망하기도 하고, 1학기 때 학급 공식 커플이었으나 현재는 헤어진 상태이기도 한 우리 반 00년생들을 통해 연애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 절대로, 어리다고 어린 수준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인생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 보기에 20-30대 연애는 별 일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우리는 별일이 다 별일인 것 처럼, 우리반 13살 어린이들의 현재에는 그 연애가 세상 중요한 별일들이기 때문이다. 썸에서, 장고로, 연애로, 그리고 이별로 이어지는 그들의 연애를 물어 보았다.
Q1. 어떻게 사귀게 되었나요?
-친구의 친구들 다 초대한 단톡방이 생겼고, 거기서 학교 이야기도 하고 놀다가 대화가 잘 맞아서 갠톡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친해지고 학교 와서 인사도 하다가 더 친해져서, 사귀게 되었다.
-카톡으로 이야기하다가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쪽에서도 좋다고 해 줘서 사귀게 되었다.
-학원에서 쉬는 시간에 놀다가, 놀이터에서도 마주치고 그래서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 카톡으로 좋아한다고 하여 사귀게 되었다.
-반 친구와 톡하다가 갑자기 사귀자고 했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다.
-학교에서 같이 어떤 일들을 하다가 친해져서, 카톡으로 좋아한다고 하고 사귀게 되었다.
Q2. 데이트는 어떻게 하나요?
-노래방을 가거나 집 앞에 데려다주고 그 앞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번화가 쪽으로 나가서 같이 룸카페를 간다. 거기서 같이 휴대폰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논다.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편의점도 가고, 이야기하다가 휴대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Q 2-1. 하고 싶은 데이트는 무엇인가요?
-놀이 공원을 같이 가고 싶다.
-운동을 같이 하고 싶다.
Q 2-2. 연애 표현의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요? (조금 부끄러울 수 있으면 패스해주세요)
-손 잡는 것 까지는 가능한데, 대화할 때 애교부리는 것 보다는 다정하게 이모티콘 써주는 것이 좋다.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인데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물어봐 주는 대화 표현이 좋다.
-톡 할 때 하트를 써주는 것과, 자기 전에 연락하는 것 까지이다.
-손 잡고 다니기와 머리 쓰담해주기이다.
-선톡(먼저 카톡을 보내는 것)하는 것과, 대화 끝날 때 '사랑해'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손 잡는 것, 그리고 자기 전에 카톡으로 아프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 좋은 꿈 꾸라고 해주는 것이다.
Q3. 지금은 솔로인 친구들이 많은데, 언제 연애 하고 싶다고 느끼나요?
-연애 웹툰 볼 때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유튜브에서 커플 컨텐츠를 볼 때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공감) 유튜브에서 커플 테스트 영상 보면 100퍼센트 리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연애 하고 싶어진다.
커플 끼리 서로 다친척 하고 몰카하면서, 얼마나 나를 위해 주는가
-다른 친구들이 연애하는 것을 볼 때 나도 하고 싶다고 느낀다.
-친구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그렇다.
-운동 잘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어서 그 친구와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Q4. 왜 헤어지게 되었나요?
-시간이 지나니까 서로 마음이 서서히 식어서 카톡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아서. 헤어졌다.
-그 친구가 다른 동네로 이사와 전학을 가게 되면서, 헤어졌다.
-생각해보니 내 스스로 엄청 좋아하는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헤어지자고 이야기 했다.
-그쪽에서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다, 그래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나랑 만나서 같이 있는데, 이야기도 안하고 휴대폰 게임만 했다. 나에게 관심 없는 모습이 보여서 실망해서 헤어지자고 했다.
Q5. 헤어지고 나서의 사이는 어떤가요?
-안좋게 헤어지면 그 친구에 대해서 조금 안좋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친한 친구들한테 털어놓는다.
-그냥 헤어지게 되면 원래 처럼 친구가 된다.
-원래 가까이 있었던 친구가 아니라 헤어지고 나서는 딱히 볼일이 없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막 불편하지는 않다.
-당연히 신경 쓰이는데 같은 모둠이 되거나 교실에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티를 안내려고 한다.
Q6. 어른들이 모르는, 여러분들의 연애 속사정은?
-학원 때문에 사실 연애를 하기 힘들다. 만날 시간이 잘 없고, 특히나 예전에 학원 가 있는 동안 연락이 안되었다고 (분명히 학원 간다고 이야기 했는데도) 부재중 전화도 엄청 와있고 카톡도 많이 와있었는데 답을 못했다고 화를 냈다. 학원 시간을 서로 맞추기가 어렵다.
-부모님께서 연애를 싫어하신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눈치가 보인다.
-장거리 연애는 어렵다.
-스킨십은 사실 우리도 부담스럽다. 드라마나 웹툰 보면 어른들의 연애다. 알긴 아는데, 그건 어른들의 것이고 우리가 하기엔 아직 쑥스럽고 이르다. 시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그냥 이야기를 주로 나누는 것인데 연애 한다고 하면 싫어하신다.
# 연애. 하고 싶지만 막상 하라면 부담스러운 것.
대부분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갠톡(1:1 대화)으로 이어지면서 서로 대화가 잘맞다 보니 사귀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다 모인 단톡방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다가 보니 재밌어서 그냥 가볍게 물어보려고 갠톡도 하게 되면서 서로 친해진다. 그리고 학교에서 직접 얼굴 보며 인사하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들고, 그렇게 다시 또 갠톡하면서 더 친해지고 고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00년생의 연애에는 당연히 소개팅이 없으니 그들의 연애는 어른들의 연애처럼 조건을 따질 것도 없이 모두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와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되는 것이다.
단톡방에서, 혹은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달리 대화가 좀 잘 통하는 듯 한 친구가 생기기 시작하고, 그래서 갠톡 시간이 늘어나며 썸을 탄다. 그리고 드디어 장난 고백을 해본다. 당연히,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친구에게 괜히 찔러본다. 사실 나 너 좋아해, 하고 이야기 하면. 상대쪽에서 보이는 반응에 따라 이쪽에서도 반응을 결정한고 한다. "아 왜 이래~" 하다가 장난으로 "사실 나도 너 좋아." 하며 받아주기도 한데 가끔은 아쉽게도 거절 반응이 나오면 "아 장고였어 ㅋㅋㅋ" 하며 핑계를 대며 넘어간다.
(출처: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00년생의 연애에서는 고백 까지의 단계가 연애 전체 무게의 8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쪽에서 장난 스럽지만 진심을 담은 장고를 했고, 저쪽에서도 마음이 있어서 받아준다고 한 들. 그 이후로 깊이 있는 연애를 이어나가기에는 쉽지 않다. 부모님의 눈치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막상 당사자들도 연애를 하는 데 부담이 꽤 되기 때문이었다. 학원도 가야하고, 어딜 가서 데이트 하기엔 돈도 부담 되고, 연애에 대해 매체를 통해 접한 것들로 알고는 있지만 막상 하기에는 아직 쑥스럽고 어색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애 직전의 설레는 대화 단계인 썸과 장난 고백은 이러한 부담으로 부터 자유롭다. 앞으로 어떤 진지한 사이가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설렘은 느꼈으니, 그걸로 충분히 좋은 남친, 또는 여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00년생들이 장난 고백을 하는 이유다.
(출처: 유튜브 페이지 '커플 장난 반응' 검색 페이지)
내가 어릴 적 연애, 사랑과 관련된 컨텐츠는 저녁 시간 부모님이 보시던 드라마 옆에서 슬쩍 끼여 보던 것과, 종이 만화책으로 본 하이틴 만화가 전부였다. 그랬던 그 때에도 나도 연애가 궁금했고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드라마는 오히려 연애 세포 자극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커플, 연애에 대한 컨텐츠가 무궁 무진하다. 커플몰카, 커플 애정도 테스트, 커플 브이로그, 등등. 드라마 속 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나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매우 많다. 웹툰을 보면 인기 조회 작품들 중 교복 입고 연애하는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연애 세포를 팍팍 자극하는데 지금의 00년생들은 얼마나 연애 하고 싶을까. 설레는 마음들은 자꾸 시도때도 없이 생겨나는데 연애하기에는 쉽지 않으니, 이야기 듣는 내내 너네도 고충이 참 많구나 싶었다. 썸 타도 좋고, 장고 해도 좋으니 대신 그걸로 마음의 상처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