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생이 곧 간다. #그들에게 편의점이란.
00년생이 곧 간다.
이들에게 편의점은 어떤 공간일까. 그래서 우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편의점에 자주 가는 사람 손 들어 보라 했더니 거의 2/3가 손을 들었다. 일기에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자주 적었던 학생을 포함하여 여학생 5명을 섭외했고 쉬는 시간 2번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편의점을 이용하는 빈도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에 1번, 많으면 2-3번은 꼭 간다. (3명)
-일주일에 2-3번 정도 이용한다. 화요일 학원 가기 전에 방문하고, 주말엔 꼭 간다. (2명)
Q2. 편의점을 갈 때 누구와 함께 가나요? / 중복 가능
-친구들/ 언니와 함께 간다. (4명)
-혼자 간다. (2명)
Q3. 어느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나요? 그 이유는?
-GS25 (4명) / 미니스톱 (1명)
-학교 밑에 있어서 가기 편하다. / 사장님과 친해서 가면 알아봐 주신다. / 친구 엄마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시다 보니 잘 챙겨주셔서 거기로 간다. / 테이블이 3개 정도 있어서 앉아 있기 편하고 특히 가게 안 테이블이 있어서 자주 간다.
Q4. 편의점을 가면 이용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짧으면 10분, 음료수 금방 마시고 나올 때도 있고 보통 라면 먹으면서 1시간 정도 있는다.
Q5. 편의점에서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컵라면을 사서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5명 모두 컵라면 식사를 가장 많이 하는 일로 꼽았다.)
-음료수, 젤리, 삼각김밥을 사서 먹으면서 휴대폰도 하고 친구와 이야기 한다.
-혼자서 밥 먹고 싶을 때 라면을 먹고 온다.
-마크정식 (갓세븐 멤버가 제안한 것, 불닭볶음면에 삼각김밥을 넣은 것이라고 추가로 설명함)을 만들어 먹는다.
Q6. 편의점 가는 것에 대해 어른들과의 갈등은 없었나요?
-부모님이 편의점에 너무 많이 간다고 잔소리를 하셨다. (2명)
-언니가 편의점 심부름을 너무 자주 시켜서 싸웠다. (1명)
Q7. 편의점은 어떤 공간인가? 왜 찾게 되는가?
-친구들과 할 것 없을때 배도 채우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공유하는 곳이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밥도 먹으면서 노는 공간이다.
-식당이나 카페는 부담스럽지만 편의점에서 밥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면서 같이 있을 수 있다.
-카페는 음료 가격이 많이 비싸고, 어린 사람이 많이 없어서 들어가기 애매한 편이라 자주 못가는데 편의점은 자주 갈 수 있다.
-아지트이다.
Q8. 편의점에서 이런 것 더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테이블 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돌 굿즈를 팔았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우리반 07년생들은 생각보다 편의점에서 많은 것들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어른들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듯 편의점에서 음료수, 젤리를 먹으며 친구와 수다를 떨고,
맛집을 찾아가 소문난 요리를 먹어 보듯 편의점을 찾아가 갓세븐이 추천해서 유명해진 마크 정식을 먹어 보고,
가끔은 여유롭게 혼밥, 혼술을 하 듯 편의점에서 여유로운 라면 식사를 즐기며,
자취방에 모여 시간을 적당히 흘려 보내듯, 편의점에서 같이 휴대폰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세대에는 집 밖에서 혼자 밥먹는 것이 처음부터 익숙하진 않았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혼자 밥먹을 바에 식사 한 끼 굶고 마는 시기였다. 혼자 밥먹는 문화가 조금씩 생겨나며 '혼밥'이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편의점을 애용하는 07년생들에게는 스마트폰이 당연하게 존재하듯 혼밥도 당연한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을 '가족식사'라고 따로 칭하지 않 듯 07년생들에게는 혼자 밥먹는 것이 별 대수롭지 않게 자주 있는 일이라 '혼밥'이라고 따로 지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퇴근 후 저녁용 도시락, 4캔에 만원 세계 투어(.....) 를 즐기러 종종 들르던 편의점에서 이제는 테이블에 앉은 00년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냥 뛰어 나가 놀다가 엄마가 저녁 되었다고 들어오라 소리 치면 들어갔던 80년대생들과,
하나 둘 친구들이 학원으로 사라졌다가 학원 마치면 PC방으로 하나 둘 모이던 90년생에 이어,
이제는 편의점에서 혼밥을 즐기며 비싼 카페 대신 편의점 음료수를 마시는 00년생이 보인다.
우리반 07년생들, 조금 더 확대해서 00년생들에게 편의점은 카페이자, 맛집이자, 집 근처 혼자 밥 먹으러 종종 찾는 식당이자, 쇼핑몰이기도 하며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좁은 편의점에서 왜 계속 앉아 있을까, 또는 편의점에서 뭘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낼까. 했던 생각들 대신 이 친구들에게 편의점은 매일 가고 싶을 수 밖에 없는 곳이구나, 로 이해하게 되었다.
(제목 사진 출처: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