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실시간 수업 해 보고 싶어요.
#저도실시간수업해보고싶어요 #솔직한심정
1학기는 온통 코로나 범벅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뉴스에서도, 취미 생활에도, 모든 곳에 코로나가 침투했다. 설마 했는데, 설마가 실제가 되어 2학기에도 여전히 코로나로 힘들다. 3, 4월에는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9월이 된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으로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싶다.
1학기에는 지금 이 상황을 온라인 학습으로 조금만 버티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때부터 실시간 수업 형식에 참가하며 좋은 사례들을 나누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역시 수업은 오프라인에서의 배움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온라인 수업은 현재의 비상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시간 수업 플랫폼으로 수업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선택 사항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체험해 보고 싶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해 봐야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학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제는 실시간 수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기가 되었다. 필수 상황이 되고 나니, 이제는 많이 불안하다. 나도 원격 수업을 해보고 싶다. 누군가는 배부른 고민이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나는 요즘 교직 상황에서 이렇게 불안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실시간 수업을 해보고 싶은데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올해 맡은 전담 교사 역할 때문이다. 조금만 더 앓는 소리를 해보자면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 2020년도 올해 내가 담임 교사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여기저기에 호기심이 많고 고민되는 것들은 모두 직접 체험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성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실시간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필수가 된 지금은, 내 성향 여부와 상관없이 열심히 시행착오 겪으며 아마 실시간 수업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교직에 들어선 이후로 쭉 담임만 해오다가, 올해는 이런 저런 개인적인 사정과 학교의 여러 요구 사항들이 함께 고려되면서 영어 전담 교사를 맡게 되었다. 2월에만 해도 나는 영어를 못 하는데 영어 전담 교사를 하는 것이 괜찮을까, 이 고민뿐이었다. 지금은 이 고민 사항에, 나는 실시간 수업도 못 하는 교사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까지 추가되고 말았다.
현재 내가 맡은 수업은 주로 대면 수업과 온라인 자료 제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과 전용실도 부족한 상황이라 매 교과 시간 마다 해당 학급으로 들어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과 교사별 근무실은 당연히 없다. 6명의 교사가 함께 사용 중인 교과실 하나가 전부이다 보니 실시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온라인 수업 자료를 녹화하는 작업도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들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매번 집에서 혼자,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담임 선생님들이 교과 수업의 경우 대면 수업 지원을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실시간 수업은 더더욱 멀어지고 있다.
현재 매일같이 담임 선생님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도 매년 담임 업무를 맡으며 많은 스트레스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수업은, 정말 만만찮아 보인다. 종종 “올해 담임 안 해서 좋겠어요.” 하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들의 말에, 차마 꺼내지 못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내년에 나만 바보 같은 교사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시간 수업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을까 봐 친구들과 밤에 실시간으로 수다도 떨어보고, 연수도 들어 보며 간접 체험해 보려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불안하다. 6학년 140명의 과제를 확인하고 오늘도 일방적인 수업 녹화를 진행하며 고민과 걱정이 깊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