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반작용.
방학의 반작용.
이번 방학은 아주 그냥 푹 쉬었다.
어떠한 계획도 없이, 흔한 여름휴가 계획 하나 없이 쉬는 것만 계획으로 잡았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집에서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가끔 멍 하니 명상을 하고
의자와 침대와 바닥에서 떠나질 않았다.
물론 나에게는 약간의 집순이 기질이 있긴 하다.
약 4주간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데도 가지 않고 온전히 쉬기만 하는 것은
활동적인 사람들에겐 보통 좀이 쑤시는 일이 아니다.
황금 같은 방학 시간을, 여행도 가지 않고 연수에 참여하지도 않은 채로
휴식에만 몰아넣은 것은 방학의 반작용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애를 오래 하다 보면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서로 부대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소소한 일로 다투고 감정이 상하는 일도 분명 있다.
그럴 땐 이러저러한 이유로 잠깐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헤어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다 보면
다시 또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워져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힘이 생긴다.
사람 관계에서의 작용 반작용이다.
이번 방학은 나에게 반작용의 시간이었다.
작년 여름방학에 다녀온 여행이 정말 즐거웠기에 이번 여름에도 여행을 다녀올까 했지만
충전이자 반작용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한 학기 동안 지지고 볶고, 매일같이 교실에서 부대끼며 보냈던 시간들과 반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용히 보냈다.
예상대로 방학을 일주일 앞 둔 시점부터는 학교에 가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이번 방학의 유일한 생산적인 활동은 아버지 주말농장에서의 농사일과, 토란 다듬기 밖에 없는 듯 하다.................... )
얼른 개학해서 부대끼고 싶고.
얼른 이것, 저것 보이는 것 마다 수업시간에 적용해 보고 싶고.
심지어 에듀콜라도 쉬었더니 얼른 이 얘기, 저 얘기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이 면 대 면의 상황인 우리에게는 방학이,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다.
이번 방학이 시작되기 전엔 유달리 교사의 방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다.
교사의 '휴식'에 대해 분명 시기도 있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말에 적잖이 상처와 충격도 받았다.
그래서 더 여행이나 특별한 연수 없이 더 '휴식'으로 채워 본 방학이었다.
물론 여행이나 자기 계발의 시간을 통해 얻는 휴식도 있겠지만,
'온전히 쉼'에 가까운 시간으로의 휴식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알고 싶었다.
한 달을 알뜰살뜰 온전히 쉬어본 결과.
그 반작용은 얼른 학교를 가고 싶게 만들었고
그래서 개학한 지금 우리반 친구들에게 온전히 애정으로 쏟아내고 있다.
정말 잘 쉬었다 이번 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