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꿈꾸는 교실] #02. 아이들은 뭘 찍고 있나?
-카메라가 생기고 나니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사진 찍는 게 좋아졌어요! 재미있어요.”
“사진으로 뭘 찍으면 좋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찍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하나만 고르기가 어려워요.”
물론 아이들 대부분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사진에 집중하고 무엇을 찍으면 좋을지 고심하면서 사진을 찍어본 적은 없을 거다. 찍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다는 것, 그만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아이들은 하루 중 기억에 남는 딱! 한 순간을 찍기 위해서 지금껏 그냥 스치듯 보내온 일상을 조금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자, 사진을 찍으면 좋은 점이 바로 그것이다. 세심하게 세상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그러다보면 좀더 나의 삶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길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걸 아이들이 벌써부터 조금씩 느껴가는 것 같아 기쁘다.
오전 시간에 아이들과 짝과 모둠을 새로 정하고 모둠세우기 활동을 몇 가지 했다. 모둠원의 특성을 생각해서 모둠 이름 정하기, 구호 정하기, 모둠 텔레파시 놀이, 경쟁과 협동의 모둠 풍선 띄우기 놀이.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이 모둠원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조금은 끈끈함이 생긴 건지, 쉬는 시간에 한 아이가 촬영을 요청해왔다. 사진 찍고 싶은데 선생님이 찍어주면 안되겠느냐고. 그래서 선생님은 안 찍을테니까,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보라고 했다. 무슨 사진을 찍으려고 그러는 건지 가만히 지켜봤더니, 모둠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려는 거였다.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면서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에게 촬영요청을 했던 아이에게 왜 모둠 단체사진을 찍은거냐고 물었다.
“저희 모둠 이름이 카메라잖아요, 그리고 활동들 하고나니까 모둠 친구들끼리 친해진 게 좋아서요. 오늘이 모둠된 첫 날이니까 기념하려고요. 그리고 다음달에 모둠이 바뀌어도 사진은 영원히 남아서 기억할 수 있잖아요.”
알고보니 이 모둠의 모둠이름은 “카메라 모둠”이었다. 그 이유는 사진처럼 사라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팀웍을 가진 모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함께 한 활동에서 모둠원들 간에 관계가 끈끈해진건지, “카메라 모둠”이 한 모둠으로 만나 친해진 첫 날을 소중하게 남기고, 모둠이 바뀌어도 계속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은거다. 정말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선생님, 사진 또 언제 찍어요?”
며칠 간 몇몇의 아이들이 같은 질문을 계속 한다. 왜 그러나, 하고 봤더니 일회용 카메라로 내 모습을 담으려고 하는 거였다. 예쁜 아가들. ㅎㅎ
-선생님 사진 찍는 모습은 왜 담으려고해?
“그 모습이 멋져서요.”
“선생님이 좋아서요.”
“저희의 좋은 순간을 담아 주는 것이 너무 좋아서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사진 찍는 모습은 왜 담으려고 하는지 물었다. 좋다는 것도, 멋지다는 것도 좋고, 아이들 순간을 담는 내가 좋아서라는 대답도 좋다. 사진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이 되어간다는 뜻이지 않을까.
-오늘은 어떤 사진 찍었어?
라고 몇 명에게 물어봤다. 한 친구는 우리 반에 있는 도움반 친구의 모습을 찍었다고 한다. 그 친구를 왜 찍었냐고 묻자, 그 친구가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여서 찍었다고 한다.
카메라를 쥐어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오늘 만난 이 장면들이 아이들 카메라엔 어떻게 담겨있을지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작은 카메라 한 대를 쥐어줬을 뿐인데, 하루하루가 감동스럽고 내일이 기대가 된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