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쌤이알고싶다] 허승환 선생님 편 2
위잉~~ 진동이 울린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 영어 공부 카톡방에 허승환 선생님이 올리시는 영어퀴즈 알림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한 번도 빼먹지 않으셨다. 이토록 성실한 꾸준함과 열정이라니! 작심삼일도 어려운 나로서는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허승환 선생님 인터뷰 2부에서는 이렇게 알아갈수록 놀라운 허쌤의 인간적인 속내부터 놀이위키,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고견을 이어간다.
인간 허승환
Q8. 학급 관리만 해도 바쁜데, 책도 쓰시고, 강의도 하시고,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시고, 놀이위키 모임까지. 선생님은 늘 바쁘실 것 같아요. 혹시라도 가족의 불만은 없으신가요?
허쌤: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어요. 어머니와 장인어른, 처남을 한해에 떠나보면서 삶의 기준을 더욱 확실하게 정했어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입니다. 저는 늘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거든요. (사모님을 말씀하실 때 더욱 반짝반짝하는 허쌤의 눈! 놓치려야 놓칠 수가 없었다.) 현재 강의도 관계로 엮인 것들만 한 달에 한 두 번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를 말할 때 존경한다는 말을 쓰는데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입니다.
결혼 초 아내가 《그리스도인의 재정원칙》이란 책을 보고 정한 원칙이 있어요. 버는 돈의 1/10은 양가 부모님께, 1/10은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1/10은 교회와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 위해, 1/10은 하나님께 십일조로, 1/10은 우리가족 해외여행을 위해 쓰자는 것이였죠~ 그러다 한때 처가 어른들의 부양 문제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습니다. 저는 그 때 순간 이 원칙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단호하게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천해왔습니다. 제가 존경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저는 돈 욕심이 별로 없어요. 특별히 쓰는 곳도 없고요. 제가 명퇴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거예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점점 더욱 행복하지만, 그래도 제 삶의 우선순위는 늘 가정이에요.영어를 계속 공부하는 이유도 아내와 둘이 명퇴 후 함께 배낭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머리도 아내가 직접 잘라준 것이에요. 장기여행할 때를 미리 대비해 유튜브에서 배워서요.
Q9. 역시! 진심으로 닮고 싶은 부부의 원형이셔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까지.. (감동의 눈물을 닦는다) 그럼 어떤 선생님께서 제게 전달하신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천상 교사처럼 보이는 허샘이시지만 만약 교사가 되지 않으셨다면?
허쌤: 만화가가 되었을 것 같아요. 예은이가 저를 닮았다고 볼 수 있지요. 예은이는 6살 때부터 하루에 6시간씩 만화를 그렸어요. 저도 요즘은 많이 그리지 않지만 어렸을 땐 만화가를 꿈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눈앞에 있는 이면지를 활용해 멋진 그림을 뚝딱 그려주셨다!)
Q10. 이것도 팬성 질문인데요, 무인도에 3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핸드폰, 컴퓨터, 가족은 제외하고요.)
허쌤: 최근 저를 가장 기쁘게 한 소비는 바로 천만 원짜리 안마기입니다. 천만 원짜리인데 진열상품이라 850만 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이런 깨알 정보라니!) 정말 확실하게 만족한 소비라 주변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어요. 또 고양이 2마리를 키웠는데 정말 귀여워요. 지금은 딸 예은이를 독립시킬 때 외롭지 않게 함께 보냈습니다.
학습공동체, 놀이위키를 소개합니다.
Q11. 허승환 선생님이 9월 첫 발령을 받고 고립된 섬처럼 느껴져 더욱 힘드셨다는 책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쩌면 저도 종종 학교 안에서 느껴본 기분이니까요. 그래서 허승환 선생님께서 만드신 학습공동체 ‘놀이위키’의 일원이 된 것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놀이위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허쌤: 언젠가 제가 영어를 잘하는 큰 조카에게 그 비결을 물으니 "관계로 묶이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혼자 하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과 관계로 묶이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힘들 때면 서로 기댈 언덕이 될 수도 있겠지요.
또 교사가 성장하려면 '기록'과 '공유'가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놀이위키에서 나눈 것들을 교실에서 실천한 여러 선생님들이 밴드에 올려 주시는데, 참 좋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이런 게 바로 집단지성이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유투브 놀이위키TV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놀이위키를 만들어주셔서, 그리고 저를 뽑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허쌤: 저 또한 준비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 감사합니다. 1기 선생님이 올해에도 대부분 계시니깐 되도록 겹치지 않게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더 많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고요.
다시, 선생님
Q12.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어요. 아쉽지만 인터뷰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 교육에 문제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허쌤: 우선 첫째로 신규교사 양성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처럼 실습 기간이 짧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어요. 독일의 경우, 교사로 부임하면 아이들과 잘 지내는 선생님 교실에서 1년간 함께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신규 교사는 그냥 갑자기 현장으로 내던져진 상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신규 선생님들이 자책하거나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임교사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교대생일 때 현장의 교사를 만나는 경험을 많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신규교사로 처음 발령받았을 경우 교과 전담을 하면서 학교 문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퇴교사들과 신규 선생님들과 멘토 멘티 시스템을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 셋째 형님은 한의사이신데요, 보통 전문직은 경력이 많을수록 더 인정해줍니다. 가족이 큰 수술을 받는다면 경험이 많은 의사를 선호할 거예요. 그런데 과연 교사란 직업은 어떤가요? 승진하지 못한 50~60대 교사들이나 은퇴교사들은 낙오자처럼 여기어지는 실정이지요. 선배 교사들이 현장에서 오랜 시간 쌓은 노하우나 경험들을 신규교사들에게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멘토에 대한 일종의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무릎을 쳤다! 교육계에 계신 높으신 분들이 혹시라도 어쩌다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진지하게 고려해주쎄여..)
둘째로, 경찰이 할 일까지 학교가 짊어진 현재 학교의 실상입니다.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현재 교단을 향한 불신은 과거 선배 교사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특히 초등은 정말 많이 달라지고 발전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습권이나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면 상담전문가나 관리자라도 나서서 방지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겠지요.
(허쌤은 인터뷰 중 ‘시스템’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셨다.)
또한 전보 온 교사에게 모든 것을 떠안듯 넘겨버리는 현재의 학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우선 속한 학교에서라도 방지하고 싶어 올해 인사자문위원회에 들어갔어요.
Q13. 역시 대단하세요. 말로 하긴 쉬워도 직접 실천하거나 희생하기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히 선생님처럼 경력 있고 명망 있으신 분이 그런 자리에 나서서 말씀해 주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과 함께 근무하고 싶어요. 하지만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허승환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허쌤: 교사에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은 20~30대, 여름은 40대, 가을은 50대, 겨울은 그 이후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의 저는 가을쯤에 있겠지요. 가을이라는 역할에 걸맞게 다음 세대를 위해 열매를 맺고 씨앗을 뿌리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제 옆에 와서 기가 살았으면 좋겠어요."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에서 자폐아 지우가 묻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은 좋은 선생님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답은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기가 죽고 주눅이 든다면 좋은 선생님이 아니고, 기가 살면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그대로 존중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제 옆에 온 아이들이 기가 사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기가 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환하게 웃고 계신 교실 속 허승환 선생님을. 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고 이국의 여러 곳을 산책하시는 허승환 선생님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허쌤을 뵙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확실히 알았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허쌤을 롤모델로 꼽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책은 그저 한 권의 교육방법서가 아니다.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한 교사의 교육철학과 땀을 담았다. 더 나은 교육과 내일을 위한 매일의 실천 기록이다.
말과 글보다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래서 말과 글이 더 가슴을 울리는 사람. 늘 깨어있고 노력하는 교사.
에듀콜라 인터뷰의 첫 주인공으로 허승환 선생님을 모신 것은 나에게 크나큰 영광이었다. 한국 공교육 계에도 큰 영광이라고 감히 단언해보며..
씨앗을 뿌리는 선생님, 우리의 허쌤이 만들어가실 앞으로를 온 맘으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이상 허쌤 팬클럽 n호의 덕질 인터뷰를 이만 마칩니다.♥
**[그쌤이알고싶다] 연재 두 번째로 모실 분은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의 저자이자 12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현희 선생님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그 쌤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 기획한 인터뷰 연재입니다. 현장의 선생님들을 찾아가 듣고 기록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원하시면 주저 말고 저에게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