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쌤이알고싶다] 김택수 선생님 편 2
"혹자는 인터뷰를 그저 받아적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인터뷰어의 관점을 담은 평론의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
택수샘은 확실히 이상한 샘 맞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뷰어에게 질문하는 인터뷰이라니. 인터뷰에 응해준 것만으로 고마운데 그동안의 에듀콜라 연재 인터뷰들을 꼼꼼히 읽은 소감과 덕담까지 건넨다. 그 안에서 타인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오랫동안 쌓아온 실력의 깊이를 읽는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이런 이상하고? 나쁘고? 좋은 부분을 계속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전 학급 담임만으로도 정신없는데, 택수샘은 5학년 담임에 스텝 매직 회장이실 뿐만 아니라 많은 강연, 쌍둥이 아빠로서 역할까지.. 대충 생각만 해도 엄청 바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 제 글까지 다 읽으신 거예요?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혹시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으신가요?
(자신감 있게) 있어요. 저는 ‘가치 순서도’ 혹은 ‘중요 순서도’라고도 부르는데요, 가로 선엔 가장 중요한 정도에 따라, 세로 선은 급한 정도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을 적지요. 이렇게 리스트를 짜서 그게 어디에 속하는지 본 후, 일의 순서를 정하는 거예요.
(평소에 그려놓은 그래프를 직접 보여주신다.)
선생님이 만드신 그래프이신 거예요?
네. 제 딸 아이의 일상을 함께 생각해보며 같이 적은 거예요.
‘가치 순서도’란 말도 직접 만드셨단 말씀이지요? 스텝매직이 궁극적으로 학회를 지향한다고 하신 말씀이 완전 와닿네요. 이미 학자들이 하는 일들을 실천하고 계시니까요. 그럼 도대체 언제 쉬세요?
지금 쉬고 있잖아요.(웃음) 모두들 그렇듯 하루 24시간 중 반드시 고정된 시간이 있지요. 잠, 업무(학교), 가족(쓰레기 버리기, 설거지 등 일상 생활과 숙제 봐주기와 같은 돌봄)과 보내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은 길지 않아요. 많아야 하루 3~4시간 정도? 결국 이 시간들을 제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실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스텝매직)는 즐기면서 하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최근 배우 하정우 씨가 《걷는 사람》이란 에세이를 출간했잖아요. 그 책에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도 많이 동감하며, 쉼 자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
매일 아이들 숙제까지 봐주신다고요? 정말 선생님은 공공의 적이시네요.(웃음) 작년에는 육아휴직도 하셨잖아요. 아직 아빠의 육아휴직이 많이 보편화 되어 있진 않은데.. 후기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제가 저희 아이들을 얼마나 더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이런 솔직함이라니!) 하지만 학부모의 마음을 많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던 건 분명해요.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준비 시켜 9시까지 등교하는 것이 얼마나 바쁜 일인지도 알았고요.(웃음) 등교 시키고 잠깐 집안일 좀 하면 하교할 시간이 되잖아요. 1년 동안 제가 반대표(!)도 하고(진정 리스펙!!) 녹색 학부모회도 2주 넘게 하고 그랬거든요. 부모 입장에서 왜 학교에 가는 게 어려운지도 알게 되었어요.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소통이 얼마나 부족한지도 깨닫게 되었지요.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학부모와 학교의 소통과 만남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학부모와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믿으니까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교사의 업무가 줄어들어야겠지요! (교사의 업무 가중이 해소된다면. 이 말을 두 번이나 강조하셨다.)
4년 연속으로 통합학급을 하면서 삼위일체 교육을 실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적어도 3달에 한 번씩은 특수교사와 학부모님, 담임인 제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성장하고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게 삼위일체라는 거구나, 마음속으로 느껴보니 학부모와 학교의 소통 중요성을 진정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도 잘하진 못하고 어려운 일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애써보는 거죠. 그게 교사의 역할이자 책무라 믿으니까요.
저도 올해 1학년을 하다 보니 소통의 중요함과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모교육 강연도 하시지요? 부모교육에 있어 가장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건강이나 안전은 당연히 1순위겠지요. 저는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아이가 어렸을 때나 현재 아픈 곳이 있나요?” 라고 여쭤봅니다. 저는 보육과 교육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초등 교육의 경우 보육 위에 교육을 하는 특수한 상황이지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안전과 건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장 먼저 물어봅니다. 그다음이 인성과 배움이고요. 저는 ‘코칭’이라는 말 대신 ‘부모함성’이란 말을 많이 해요.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이지요. 사실 저도 시행착오 중입니다. 저 역시도 초3 쌍둥이 아빠는 처음이니까요.
아, 그리고 0순위가 있어요! 부부가 교육관에 관한 가치관이 일치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다르면 다른 것이 다 무너져버리거든요.
'세상에서 부모가 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직업은 없다.'는 오프라 윈프리 말도 종종 인용하시곤 하시죠. 택수샘은 어떤 부모가 되어주고 싶으신가요?
건강, 안전, 소속감 이런 것들은 기본으로 하고요. 저는 결국 교육이란 결국 자유의지를 어떻게 키우는 것인가의 문제라 생각해요. 자유의지가 행복의 척도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똥쓰기를 집에서도 하고 있어요. 당연히 강제하지는 않고요. 그래서인지 아들은 잘 안 하네요.(웃음) 또 배려 역시 강조합니다. 배려란 타인을 위한 애씀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유의지를 가지면서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지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모범이 되어야 하겠지요? 사실 저도 잘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애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숙제입니다.
부모교육 강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강연이나 강의를 하셨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으신가요?
당연히 있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강연을 꼽자면 저의 첫 강연이었어요. 2001년 대학교 4학년(!) 때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과학교사 직무연수(!)에 설 기회를 주셨거든요. 약 30분간 400명의 선생님 앞에서 고무줄 점핑 마술을 했어요.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어요. 배움에서 나눔으로 전환점이 된 첫 강연이었기에 저에겐 의미가 커요.
‘이런 게 마약인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지요. 선물을 받을 때도 기쁘지만 줄 때의 기쁨도 크잖아요. 마치 그런 기분이었어요.
응원 와주신 스텝매직 비공식 리더 정혜란 샘: 엄청 잘했대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이시군요. 그럼 대략 몇 번 정도의 강연을 하신 걸까요?
1년에 100회 정도 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 거의 2,000회 정도 강연을 한 것 같아요.
강연을 많이 하니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아니라는 걸 꼭 써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연구모임 사람들과 강남 보육원에 8년 정도 무료 강연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한달에 4번 이상 교육기부 강연을 다니셨잖아요. 왜 그런 일을 벌이신 거예요?(웃음) 몸 축나실까 봐 제가 다 괜히 조마조마!
제가 파주에 있는 ‘산내초’라는 개교학교에 강연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신규가 36명이고 1학년 담임 전체가 갓 발령받은 선생님들이셨죠. 그런 막막한 상황에 부딪힌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제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은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육기부 강연 신청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60개 정도의 연락이 와서 놀랬죠. 그만큼 아이들이나 동료와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고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어요. 선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나친 인류애로 확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에너지를 받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스텝매직 모임과 많은 강연에 더해 올해부턴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도 다니시지요. 과 이름도 멋져요. 문화예술경영이라니! 택수샘과 너무 잘 어울리고요. 경희대 대학원은 어떻게 진학하게 되셨나요?
첫 번째 교육대학원은 마술 관련 논문을 쓰고 싶어서 갔고,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은 경영학을 배우고 싶어 진학했어요. 저는 크게 꿈이 두 개 있거든요. 교육마술 박물관을 짓는 것과 해리포터 학교를 만드는 것이에요.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멋진 일이에요. 이 꿈들을 이루기 위해 경영학을 배우시는 거군요. 해리포터 학교라니, 정말 스케일이 남다르세요!
네. 단순한 마술이 아닌 문화예술을 배우는 해리포터 학교를 꿈꾸고 있어요. 모든 게 급변하는 시대잖아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이 있다면 문화예술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구체적으론 평일과 주말 낮에는 학생들이 지자체 외부업체들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듣고, 주말 저녁에는 교사들이 와서 직접 문화예술 수업을 하는 거지요.
또 금, 토요일에는 1박 2일로 교사들이 와서 수업 장면들을 직접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교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이제까지 교사 트레이닝과 다른 것은 그저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교실 상황을 직접 보도록, 실제로 접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해리포터 학교 안에서 다양한 선생님이 만나고 나눌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 모든 게 지자체 및 교육청과 함께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정말 구체적인 부분까지 계획하셨군요. 짧은 교생 실습이나 많은 선생님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택수샘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기대 돼요.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또 한 번의 우문인데요. 택수샘의 인간으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디자이너 앙드레 김 선생님은 무대에 선 많은 배우들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생전에 전부 다 기억하셨다고 해요. “사랑하면 기억한다.”라는 말과 함께요. 저 역시도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좀 거창하긴 하지만 '사랑'을 제 인생의 철학으로 본다면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은 '세심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본을 넘는 세심함은 감동을 준다.”이건 제가 지은 말인데요.(웃음) 저는 태도와 행동을 중시 여기는 사람이에요. 태도로 준비된 사람이고 싶어요. 태도로 진심이 발현된다고 믿으니까요.
아니, 사람이 잘해도 하나만 잘해야지? 이러면 반칙 아닌가? 참 이상하고도 나쁜 샘 맞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 사람이 많은 것을 훌륭하게 바꾸는 기적 같은 일들을 크게 신뢰하지-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해야겠다. 예외는 있다는 걸. 기본을 넘는 세심한 태도, 사랑으로 기억하려는 마음, ‘김택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니까.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마술사니까. 이상하고 나쁘도록 좋은 선생님이자 사람이니까 말이다.
How can you not get romantic about baseball? (어찌 야구를 안 좋아할 수 있겠어?)
많은 이들이 기억에 남는 명대사로 꼽는 영화 <머니볼>의 한 문장. 그에게도 보내고 싶은 찬사다.
How can you not get romantic about him?
어떻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를 안다면, 그의 진심과 열정을 보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 교육계를 변화시킬 그의 마술들이 더욱 기대되는 여름밤이다.
*멋진 사진을 찍어준 Aprilran 정혜란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