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쌤이알고싶다] 김택수 선생님 편 1
그를 처음 본 건 늦발령을 받고 영어 전담을 하던 2012년이었다. 대부분의 차출 연수가 그렇듯,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두둥! 택수샘의 등장으로 좌중은 술렁거렸다. 그를 전혀 몰랐던 나 역시도 순식간에 무장해제되었다.
현란한 말솜씨와 무대매너, 마술을 접목한 다채롭고 유익한 수업 활동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우연히 택수샘의 SNS를 발견하고 친구 신청을 했다.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막 교직에 들어선 늦깎이 신규인데 연수를 너무 감명 깊게 들었다고 용기를 내어 인사했다. 띵동, 택수샘의 답장이 도착했다.
“그렇구나. 나 마침 내일 춘천 교대에 연수 가는데 들으러 올래? ”
아니 이런 넘치는 친절함이라니!? 내가 누군지 알고? 좀 이상한 샘 아니야?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전국을 너머 세계를 누비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택수샘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만나보았다. 청량한 토요일 오전, 백팩을 둘러메고 환하게 웃으며 계단을 올라오는 그는 소년 같았다.
많이 바쁘실 텐데 이렇게 만나주시다니, 영광이고 정말 감사해요. 우선 김택수, 하면 마술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마술에 빠지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천 교대 4학년 때였어요. 학교 게시판에 마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도서관 앞으로 나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온 사람은 저 한 명 밖에 없었지요. 게시물을 올린 친구와 둘이 신촌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란 마술 카페에 갔답니다.
그게 저와 마술의 첫만남이였죠. 제가 선택했던 카드가 천장에 붙고 신문지가 막 불타는 모든 게 정말 신기했어요. 마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더니 매달 35만원을 내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 대학교 1학기 등록금이 90만원도 안될 때였거든요. 결국 바그다드 카페에서 화장실 변기를 닦으면서 마술을 1년 동안 배웠어요.
그리고 전 선생님이 되었죠. 2~3년 동안 제가 알고 있는 마술과 관련된 교과서 단원을 추출했어요. 미친 듯이 공부하고 과정안을 총 100차시 정도 짰습니다.
와. 과정안 100차시라니! 과연 교육마술 창시자라고 불릴 자격이 있으세요! 마술과의 인연이 임용고시를 앞둔 4학년 때 시작되었다는 것도 놀랍네요.(웃음) 하지만 교육마술이라는 게 낯선 영역이다 보니 주변의 편견이나 우려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그럼요. 예전에 한 학부모님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사악한 마술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란 내용의 편지였죠. 그 어머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셨는데 유일신 사상 배경에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생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분께 다시 편지를 써서 공개 수업에 오시라고 초대했지요. 다행히 수업 장면을 직접 보시고 다시 편지를 주셨어요. 자기 생각이 틀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요. 물론 이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되어 기뻤어요.
두 번째는 아직 완벽하게 끝맺지 못한 부분인데요, 잉글리쉬 매직과 관련해 교육자료전에 나간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당시 연수원 원장님께서
“이건 교육이 아니다. 이게 무슨 교육이냐, 관련 근거를 찾아와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대학원을 가야겠구나 마음을 먹었고요. 그래서 2010년에 경인교대 마술 관련된 석사 논문을 쓰려고 경인교대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건강 등의 이유로 2015년에 수료만 한 상태예요. 하지만 스텝 매직 식구들이 매년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아교육 마술 석사 논문까지 나왔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회 내에서 마술 관련 논문들이 꾸준히 나올 예정이에요. 독려하는 게 제 전문이거든요.(웃음)
자연스럽게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스텝 매직’ 이야기로 넘어가면 되겠네요. 제가 택수샘이 진짜 멋져 보였던 이유가 뭔지 아세요? 스텝 매직 구성원들이 회장님인 택수샘을 말할 때 뿜는 존경의 눈빛 때문이에요. 스텝매직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가 대학교 4학년 때니까.. 2001년 무렵이겠네요. 처음엔 ‘매직 티처’란 전국교사마술동호회를 다음에서 만들었어요. 당시엔 2천명이 넘게 활동했던 온오프 동호회랍니다. 그러다 순수마술을 좋아하는 후배 조상희 선생님이랑 마음이 맞아 2015년 1월에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1기를 모집한 것이 스텝매직의 시작이죠.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성장하는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스텝 매직, 이래서 특별하다! 마음껏 자랑해 주세요.
스텝 매직은 한 마디로 마술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행복한 수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개인의 역량을 지원하고 그것이 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전폭적으로’ 돕고 싶어요.
스텝 타운이란 전국 단위 지역별 모임이 있고요, 또 회원들의 개인 역량으로 만들어진, 스텝 페이퍼(종합장), 굳이(Good.E), 스텝 플레이(애플파이), 스텝 포토(사소함), 스텝 아트, 스텝 역사(역지사지) 등의 모임이 있어요. 저는 이들 한명 한명의 존재가 부각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임 이름을 넘어 개인이 역량을 키우며 성장하는 것도 마술 같은 삶이라 믿으니까요. 그들의 뿌리가 스텝 매직인 걸 잊지 않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어쨌거나 저희의 줄기는 마술과 교육이니까요.
강연을 맡은 후배들은 집으로까지 데려가 특훈해 주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올여름엔 스텝매직 선생님들 3명이 캐나다에 있는 해외한글학교로 강연가신다고요.
제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누고 싶어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하고 싶거든요. 연구모임 안에서 격년제로 트레이닝 페어(연수 박람회), 교육마술 콘서트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지요. 모든 모임이 그렇겠지만, 스텝 매직 역시 사람이 가장 중심이에요.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각각의 가치를 디테일하게 봐 주고, 시도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요.
우와. 제가 순발력만 조금 있다면 스텝매직에 당장 지원해 보고 싶네요. 진짜로요! 교육마술이란 분야가 접할수록 매력적이고, 범위가 넓은 것 같아요. 혹시 책을 내실 마음은 없으신가요?
있지요. 우선 출판사 창비에서 스텝 매직 멤버 12명과 함께 공저를 쓰고 있어요. 동시에 영어 번역도 진행 중이고요. 해외 한인 동포가 모두 740만 명이라 영어번역본으로 최소 740권을 찍을 예정이거든요. 보통 출판사에서 꺼리는 일이라 개인사비를 들여서라도요. 해외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보내 드리고 그분들께 해당 지역 도서관 기증도 부탁드릴 계획입니다.
보통 외국 교육법들을 한국에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에도 좋은 교육 방법이 많다는 것을 해외에도 알리고 싶어요.
결국 스텝매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학회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기록으로 남아서 더욱 가치 있게 발현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책은 3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스크림 연수로 만들어졌었던 스토리텔링 매직 관련된 책이고, 두 번째론 역사 관련 책이에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란 말이 있잖아요. 진부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전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만든 위인카드랑 연결해서 학생들이나 자녀들에게 편하게 말해주는 듯한 어린이 역사 책을 쓰고 싶어요. 큰별 최태성 선생님 책을 7권 감수하면서 저도 많이 배웠거든요. 그래서 감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수최강’이라는 책이에요. 교실 속 수업, 최고의 강연이라는 말의 줄임말인데요, 놀이로 아이들이 주인공되는 마술 같은 시간(놀아주마)을 담고 싶어요.
정말 택수샘은 다방면에 조예가 깊으신 것 같아요. 마술 전문가로 알려지신 택수샘이지만 언젠가 강연에서 학교 수업에서 항상 마술을 하는 건 아니라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신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최근 반 친구들과 함께한 수박수영장 수업이나 글똥누기 후기를 올리셨던 것과 더불어요. 그렇다면 좋은 교사가 가장 갖춰야 할 자질,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좋은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좋다’라는 용어 정의도 필요하고요. 우선 교사는 늘 타인과 만나는 사람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좋은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이 좋아할까, 아이들이 좋은 게 나도 좋은가? 나와 학생들 간의 좋음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 사이의 좋음을 찾아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교사의 자질이라고 표현되는 구체적인 덕목이 나오지 않을까요?
결국 교사 개인의 좋음과 학생의 좋음이 일치하는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개개인의 취향을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이것을 곧 공감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 우문현답이란 말은 이럴 때 것이구나, 무릎을 쳤다. 급하게 병원 진료를 받고 오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와 열정에 더해 깊이와 안목, 배려심까지 갖춘 그의 정체는 정말 무엇일까?
그는 막힘없이 4시간이란 시간동안 조리있게 말했지만 누구보다 신중했고 섬세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실천했길래 저런 다양하고 짜임새있는 말들이 흐르듯 나오는 걸까.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모든 모임이 그렇겠지만, 감히, 저도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와 같은 몸에 밴 겸손에 더해 말을 고르고 고르는 모습 또한 인상깊었다.
그와 심도 높은 대화를 나눈 뒤 내린 결론 첫 번째! 김택수 선생님은 분명 이상한 샘 맞다.
본인이 부탁을 받고 나오는 자리, 인터뷰어에게 줄 선물(위인 카드, 교육 서적, 다이어리 등)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나오는 사람. 이상하도록 따뜻하고 특별한 사람. 평범한 사람은 그저 정리하기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는 머리 속에 더 세세히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삶으로, 온몸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혼자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신기하고 놀라운 마술처럼 말이다.
(to be continued..)
분량 관계로 해리포터 학교, 재능기부 강연, 대학원, 부모 교육 등을 아우르는 택수샘의 마술 같은 이야기들은
인터뷰 2부에서 담도록 하겠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넓고 깊은 택수샘의 다음 인터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