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이] 매일 하니 확실히 좋은 행위들
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이다. 즉,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라고 합니다. 내가 반복적으로 해온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문득 자신을 돌아봅니다. 언제나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참 힘들었습니다. 사실 전 작심삼일도 어려운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일상을 지탱하는 매일의 습관이 우리의 삶을 조금은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란 믿음으로요.
교사로서의 삶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으로,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교실에서 매일 해오는 아주 사소하지만 확실히 좋은 (저만의) 행위(루틴)들을 소개합니다.
1. 아침맞이
이미 많은 선생님이 하고 계시는 아침맞이입니다. 매일 아침 교실문을 들어서는 아이들과 악수나 가벼운 포옹을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다른 일을 하느라 차마 놓친 친구들에게는 자리로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합니다.
“**님,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잘 보냅시다. ”
교사의 작은 환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등교한 아이들에게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또한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통해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갑니다. (교사와 아이들에 따라 스킨쉽을 꺼리는 경우도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게 좋겠지요. ) 저 역시 스킨쉽 자체보다는 모두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하루를 으쌰으쌰하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두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는 교실을 오늘도 꿈꿉니다.
<옆반 선생님이 공유해주신 아침맞이 게시물/ 학부모와 공유하는 하루 예보>
2. 일기예보보다 정확한 하루 예보
매일 1교시를 시작하며 아이들과 오늘 무엇을 할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적는 시간을 꼭 가집니다. 예상 가능한 하루는 모두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하루일정에 더욱 기대감과 흥미를 가지지요. (쓰라고 한 적도 없는데 이 일정을 받아적는 1학년 몇 아이들이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무엇보다 이런 하루 예보는 매시간 아이들로부터 “이번엔 무엇을 해요?” 하는 질문을 받지 않으니 교사에게도 참 좋습니다. 또한 컴퓨터로 아침에 아이들과 나눈 내용을 매일 방과 후 e알리미나 클래스123과 같은 창구를 통해 학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의 학교생활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고, 가정과 학교의 지도 연계를 일상으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매일 소통하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과 지지도 커지지 않을까 욕심내어 봅니다.
3. 그림책으로 여는 수업
지난 3월부터 1교시를 그림책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1학년이라 그런지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되도록 1교시를 국어 과목으로 잡아 그림책을 보는 이 즐거운 시간도 결국 국어 공부임을 틈틈이 주지시킵니다. 이야기를 읽고 듣고 상상하고 발표하는 이 모든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니까요! 다른 과목의 경우에도 교과와 관련된 그림책을 찾아 읽어주면 1석2조가 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림책을 못 읽는 날에는 아이들이 어찌나 아쉬워하는지요. 국어가, 공부가, 전혀 지겹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겁고 흥미로운 것임을 아이들도 깨닫기를 바라봅니다.
<가족과 관련된 통합교과를 배울 때 함께 읽은 그림책들 중 일부>
4. 하루에 하나, 직접 만드는 교실 활동
‘하루를 책으로 시작하고, 놀이로 마무리하자!’
통합교과가 주를 이루는 1학년을 맡으면서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읽어주기와 달리 매일 놀이를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하루에 적어도 하나는 직접 만들거나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맞게 변형한 수업 활동을 하는 것으로요. 이미 모든 수업을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사실 그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저는 아직 그런 능력자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킬 수 있는 만큼 하루에 하나만이라도 우리 반만의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확실히 제 품이 더 들어간 활동들을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착각은 아니겠지요?!
5. 하루 5분 수업 일기
아이들을 보내고 교실 정리를 한 후 정갈하게 책상에 앉습니다. 그리고 분노의 타이핑을 시작합니다. 수업하면서 아쉬웠던 점, 뿌듯했던 점, 아이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서운했던 점까지 다 적습니다. 어떤 내용이든 좋습니다. 자기 혼자 보는 일기인데 뭐 어떻습니까. 욕을 써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록의 중요성과 더불어 마음 관리를 위해서도 방과 후 간단하게 5분 수업일기를 꼭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다잡고 정리하는 매일의 이 짧은 시간이 나를 위로하고 조금 더 나은 선생님이자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하면서요.
사실 이 마지막 부분은 아직 저도 꾸준히 지키지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런 공적인 글쓰기에 넣었습니다. 매일 하겠다고 이렇게 불특정 다수 앞에서 ‘공언’하면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정말 별거 없지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단단하고 평화로운 교실의 일상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매일 반복하는 작지만 확실히 좋은 행동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교실 일상 루틴이 궁금해지는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